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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만인 친구와 뉴욕 맨하탄 한인 타운내의 인기 한식당을 찾았습니다. 갈비가 먹고싶다는 친구의 말에 고기를 잘하는 그 곳으로 갔지요. 분주하게 움직이는 종업원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자리에 앉고, 주문을 했습니다. 여느 한식당과 같이 푸짐한 밑반찬이 나오고 이제 그 친구가 먹고싶어하던 갈비가 나왔습니다.

불판이 달궈지고, 종업원분이 오셔서 고기를 가위로 썰고, 불판에 고기를 올리고 굽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에 10점 이상의 고기가 올려지고, 똑같은 속도로 익는 고기가 타버리면 안되겠기에 다소 빠른 페이스로 고기를 집어 먹어야 했지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상황이 발생합니다. 제 친구가 조금 먹는 속도가 느려서인지 고기를 좀 천천히 먹고 싶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아마 이 친구는 일본식 구이집인 '야키니쿠'에서 고기를 먹어 본 적이 있었던지 고기를 자기가 먹고 싶을때 한점씩 올려서 구워 먹고 싶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사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할 얘기도 많고 해서 천천히 먹으면서 얘기도 좀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래서 천천히 먹고 불판에 있던 고기가 다 없어지려하자 종업원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기계적으로 고기를 집게로 한웅큼 집어 불판에 올리시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친구 생각이 나서 "친구가 음식을 빨리 못 먹어서 그러는데 저희가 고기를 직접 하나씩 구워먹을게요" 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종업원 아주머니가 "흥!" 하는 콧방귀를 뀌시더니 대꾸도 안하시고 그냥 가시더군요. 외국인 친구가 그걸 보고 무슨 일인가 하며 저에게 묻더군요.

하여튼, 일단 남은 고기는 천천히 페이스에 맞춰가며 사이좋게 먹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남자 종업원분이 오시더니 "남은 고기 올려드릴까요?"라고 친절히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여차저차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아, 물론이죠 그렇게 하세요!" 라고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불판이 비어보였나봅니다.

이번에는 또 보조매니저급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말할 틈도 없이 고기를 덥석 집더니 나머지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고 그냥 가시더군요.

가뜩이나 식사를 하고 배가 찬 상태라 속도가 늦어져서 이미 달구어진 불판에서 맹렬한 속도로 익는 고기의 속도를 따라 잡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결과로 남은 고기의 2/3 정도가 까맣게 타 버리고 마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지요. (불도 줄여보았지만 별 수 없었습니다)

"어서 먹고 나가라"라는 뉘앙스가 충분한 그런 행동을 보며, 또 먹지도 못하게 되버린 고기를 보며 제가 좀 많이 미안하고 민망스럽더군요.

한식 세계화에 걸맞춰 친구에게 한식을 좀 먹여보자라고 하는 마음에 왔던 곳에서 오히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불쾌한 경험을 안겨주었으니까요.

그렇게 누군가에게 쫓기듯 허겁지겁 식사를 대충 마쳤습니다.

그러던중 총지배인 아주머니가 지나가시더군요. (저는 사실 이곳에 개인적으로 자주 오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가면 안되겠다라는 마음에 사정을 말씀드렸지요.

앞으로 이 친구 말고 다른 외국인이 왔을때도 이런 일이 생기면 굉장히 곤혹스러워 할 것 같다 라고 말씀을 드리자 "아이구, 그렇게 하지 말라니까 또 그랬어!"라고 하며 미안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더니 콜라 두 캔을 미안하다며 갖다 주시고 상황을 종료시키려 하셨습니다. 정작 제가 원한것은 콜라 두 캔이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지겠다 라는 약속이었을텐데요.

소비자가 원하는데로... '야키니쿠'를 찾는 젊은이들

하여튼, 그렇게 어색하게 식당을 나와 걸어다니다가 주위의 일식당을 보고 아까 말씀드렸던 '야키니쿠'집이 생각이 나더군요.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춰, 다양한 소스와 고기 종류,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자기가 직접 먹고 싶은 속도로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되어있는 방식으로 제공되는 방식을 보며 생각을 했습니다.

다양한 욕구가 있는 소비자층을 잡으려면 한식당 또한 이러한 다양성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고요.

자기가 불판에 직접 구워 먹는 것을 원하는 손님이 있다면 그렇게 고기를 준비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님이 원하신다면 어떤 차라도 준비해 드릴게요 - 단, 검정색 이라는 전제하에요. (생산 컨셉트)

포드 자동차의 모델 T 를 아시나요? 포드사의 창업주인 헨리 포드가 대규모 자동차 생산 조립 라인의 구축을 통해 노동 분업화를 이루었고, 이를 토대로 단위 노동당 원가를 절감함으로서 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scale)을 실현시킨 혁신적인 사례였지요.

이러한 덕분에 검정색 하나의 모두가 똑같은 디자인과 성능이었지만 소비자들은 구매하였지요.

소비자 중심이 아닌 생산 중심의 마케팅 (Production concept)으로도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린 콧대높은 모델 T, "당신이 원하는 어떤차든 준비해 드릴게요. 단, 검정색이어야만 합니다." 라는 유명한 우스개 소리가 있듯이 수요가 공급보다 적을 시에 발생하는 상황이겠지요.

당신이 원하는 모델, 색상, 서비스를 드립니다 - 모델 T를 물리친 제네럴 모터스

1926년, 제네럴 모터스는 고객 시장의 다양성을 파악하고, 동일한 디자인과 서비스만으로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시장의 세분화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색상의 차량들을 생산하고, 이를 각기 다른 목표 고객층 (target market)을 공략함으로서 시장에 일대 혁신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1년이 채 안된 1927년 5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모델 T는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고 말았지요.

다양한 소비자 요구 읽지 못하는 한식당 서비스 ... 음식 현지화 뿐만 아니라 서비스 현지화에도 신경 써야

눈치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의 한식당의 서비스는 모델 T의 것과 흡사합니다. 한식당에 들어왔으니 그냥 우리식대로 먹고 빨리 나가라는 자세, 식사를 끝내지도 않았는데 계산서를 테이블에 놓고 가는 등의 서비스로는 회전율을 높이는데에는 좋겠으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봤을때는 소비자를 내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네럴 모터스와 같이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발빠르게 등장한 일본의 '야키니쿠' 집들을 보면서 모델 T의 생각이 들어 섬짓했습니다.

아마 그 대만인 친구는 이곳에 다시 오지 않을겁니다. 한번 불쾌한 경험을 했던 그 친구는 다른 한식당에 가서도 그런 일을 겪을까봐 걱정할 수 도 있겠죠.

한식에 무지한 다른 외국인들이 이러한 경험이 그들의 첫 경험이면 어떠했을까요?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 커플이 왔다가 허겁지겁 무엇에 쫓기듯 식사를 마치고 가야하는 경험을 했다면 어떨지 생각합니다.

그 대만인 친구는 앞으로 '야키니쿠'집을 찾겠지요. 이 친구의 추천을 받은 또 다른 외국인들또한 한인타운이 아닌 '야키니쿠'집을 찾을테고요...

갈비 먹으러 야키니쿠집 가자! 

음식만을 팔려는 일개 한식당들의 서비스 정신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음식과 더불어 '즐거운 경험'이라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이 다소 부족한 곳들이 많은 듯 하여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모델 T가 소비자를 잡기 위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발깔이 2개를 선물로 준다고 해도 마음을 돌릴 수 있었을까요?

콜라 두 캔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실망한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요?

한식 세계화는 "음식만의 세계화"가 아닌, 한국 음식을 통한 "한국 문화상품"의 격을 높이는 종합 패키지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한국 음식 고유명사 브랜드화 캠페인 - 고추장 프로젝트

2011/04/07 - [KBI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한국] 고유명사 브랜드화] - 해외 엉터리 한식메뉴표기, 이제 바꾸자

외국인들이 정말 한식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까요? 한식은 정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을까요? 한식을 일식으로 오인하고 일식당을 찾는 외국인들... 그 참상을 보고하고, 이를 타개할 방안을 찾아봅니다.

현충일인 오늘 6/6 저녁 7시 MBC에서 "당신이 국가대표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됩니다. 그동안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어떻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었는지 시청해 주시고 의견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저도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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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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