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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리안' 아니라던 2세들, 한국어 배우는 이유

retro! 2012. 4. 20. 07:03

자신은 '코리안' 아니라던 2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

 

제가 미국에 온 시기가 정확히 15년전인 1997년 이었습니다. 중학생이었던 나이에 콜로라도주의 덴버라는 곳에 왔는데, 한인 동포들의 수도 많지가 않았던 곳인지라 한국에 대한 향수는 다른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한국인 친구들보다 더욱 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말이 통하고 문화적으로도 공감대가 있는 한국인 친구를 만나면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더군요. 고등학교에 막 입학해서 어느 건물이 어느 곳인지도 전혀 모르고, 도대체 어디서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 하던 차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동양인 친구가 눈에 띄더라구요. 아마 신입생들을 안내해주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던 또래 학생으로 추정되는데, 마침 이름표를 보니 그 친구의 성이 Kim이었습니다.

 

옳다구나 한국인이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에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넌지시 혹시 한국어를 할줄 아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니, 난 한국어 할줄 몰라. 난 미국사람이야” 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약간은 머쩍고 서운한 마음에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그때 심정이 복잡했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부모님도 한국분이실텐데 어떻게 전혀 한국어를 못할까?”

 

그렇게 시작된 미국 생활을 하다보니, 그러한 친구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속사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자신들의 부모님은 애기때부터 자신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한국에 대한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도 전혀 알려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어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민 1세대로 이곳에 온 부모들은, 자신들이 이방인으로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고생하며 살아왔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여, 당신들의 자식들은 반드시 이곳 땅에서 미국인으로 성장하며 당당하게 주류사회에 진출하기를 바랬다는 얘기였습니다.

철저하게 미국인으로, 코리안이라는 뿌리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은채 성장한 아이들. 당연히 자신은 코리안이 아닌,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었더난 것도 납득이 될만 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던 2002년, 저는 실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펼쳐졌던 한일 월드컵당시, 우리 태극전사가 승승장구하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이 펼쳐지던 그날, 5년전 만났던 그 아이가, 애써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하던 그 친구가 자신의 몸에 태극기를 휘감고 나와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던 모습을 보고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 그 장면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우리 아이들이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게 해주기 위해서는 1세대 어른들이 나서서 그들이 자랑스러워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이죠. 사실 그렇습니다. 외국인의 눈에 비쳐지는 Korea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한국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세계속의 많은 교과서에는, Korea를 6.25 동란에서 막 벗어난 개발도상국으로 표현하고 있는 사례가 많고,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관해서도 도저히 배울 수 있는 방법조차 흔하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TV를 틀면 항상 North Korea와 김정일의 얘기가 주를 이루는 판국에, 그들이 Korea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 또한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드니까요.

 

그런데, 요즘들어 더 크고 놀라운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바로, 한류열풍에 힘입어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높아지자 이 친구들도 어머니 나라에 대한 자긍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듯 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전세계인들이 K-Pop, 한국 드라마등을 접하고 이에 대해 극찬을 하고 부러워하자, 이제는 그들이 Korean이라는 뿌리를 자랑스러워하며 스스로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모습이 목격되고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친구들이 자신을 만났을때 North Korea나 김정일이 아닌, K-Pop에 대해 질문을 하고,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오는 경험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고 있던 Korea에 대한 인식또한 완전히 바뀌고 있는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동포 2세들또한 우리의 자식이고 소중한 우리의 인재들입니다. 유태인들이 소수이지만 똘똘 뭉쳐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고 살아온 덕에 이제는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듯, 우리또한 동포 2세들에게 고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조국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속에서 우리 문화의 약진이 너무도 반갑기만 합니다. 비록 지금은 K-Pop으로 대변되는 대중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나, 언젠가는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담은 문화또한 세계로 널리 뻗어나가 동포 2세들, 3세들이 목청높여 대한민국을 외칠 날이 오기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