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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 [세계에 한국을 알리자!] - (8) 이병헌이 닌자가 될수 밖에 없었던 진짜 속사정

으로부터 이어지는 글입니다.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그 사이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던가, 진화론이냐 창조론이냐 와 같이 쉽게 해답을 낼 수 없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 관련 뉴스를 접할 때면 항상 겪어야 하는 논쟁인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와 “세계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주장의 대립 또한 그런 것입니다. 전자를 옹호하는 쪽은, 한국의 문화가 세계인들에 의해 인정 받은 여러 사례와 함께,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이렇다 할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철수했던 사례들을 내세웁니다.

이와 반대로, 후자를 옹호하는 쪽은, 한국적인 것을 내세워 세계 시장에 도전했다가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하고 철수한 사례들과 함께, 국내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계 기업들의 성공 사례들을 열거 하며 대립 각을 세우지요. 물론, 이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가장 한국적인 것은 “김치”이고 가장 세계적인 것은 “Kimchi”라고 말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지 한글인 김치를 영문 표기인 “Kimchi”라고 바꾼다고 해서 김치가 세계적이 되는건 아니지요. 실제로 국내의 많은 회사들이 세계화를 외치며 하는 것이 바로 “그럴듯한 영어 브랜드명”을 만드는 것인데,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이름만 영문으로 표기한다고 갑자기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건 아닙니다.

Coloful Daegu, Dynamic Busan, Fly Inchon, It's Daejeon, Your Partner Gwangju, Ulsan for You, Happy Suwon, A+ Anyang 과 같이, 내실을 키우지 못하고 단지 슬로건만 국제 언어인 영어 단어를 붙인다 해서 단숨에 국제적인 도시가 된다는 생각 또한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과 세계적인 것이 세계적인것 이라는 의견 중 어느 쪽의 의견이 타당한 것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전략일까요? 정답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일단, 너무나도 추상적이라 쉽게 이해하기 힘든 “한국적” 이라는 것과 “세계적” 이라는 단어가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소화하기 쉽도록 풀어서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한국적”이라 함은 유형의 모습을 가질 수도 있고, 무형의 모습을 가질 수 있는데, 한국의 미술 작품이나 건축 양식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함이 유형적인 예라면, 어른들과 술자리를 같이 할 때 몸을 돌려 술을 마시는 것과 같이,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함이 무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한국의 문화를 통해서만 찾을 수 있고,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세계의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민족적” 요소가 바로 “한국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곳 한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함” 혹은 “독창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요소를 통틀어 오리지널리티 (originality)라 칭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계적”이라 함 또한 유형 혹은 무형의 모습을 가질 수가 있는데, 세계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장 차림이나 청바지에 티셔츠 등이 유형의 예라면,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악수를 하는, 세계인들이 널리 공유하는 에티켓은 무형의 예가 될 수가 있겠지요. 따라서, 특정한 민족의 문화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쉽게 통용되고 사랑 받는 “보편성”과 “대중성”이 “세계적”인 것의 중요 요소라 할 수 있기에, 우리는 이를 통틀어 파퓰러리티(popularity)라 칭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발전하여, 민족적인 요소가 대중성을 통해 국경을 허물고 세계 여러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을 “세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어른들 앞에서 몸을 돌려서 술을 마시는 한국식 주도나, 한국 전통의 건축 양식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이 될 때, 우리는 한국의 문화가 “세계화 (globalization)”가 되었다고 할 수 있고, 세계의 주도와 건축 양식이 “한국화” 되었다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에서, 현재 우리가 “세계화”라고 인식하는 대중문화의 뿌리를 찾아보면 미국이 상당한 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청바지와 티셔츠로 대변되는 미국의 의상에, 제2의 공용어로 쓰이는 미국식 영어,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미국의 팝송, 그리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즐기며 스타벅스에 들러 카라멜 마키아토를 마시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사실상 우리의 문화는 “미국화”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닌, 세계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현상입니다.(i) 

“세계화”의 가장 큰 위험성으로 지적되는 “문화의 종속화”는, 문화적 주체성이 약한 국가에 상륙을 하게 되면 현지 문화를 파괴하고 멸종 시켜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한국 문화 컨텐츠인 “한류”역시, 수입국과 건강한 교류를 할 수 있는 쌍방향의 것이 되어야만 하겠습니다.

“중국을 정복한 한류열풍” 이나 “한국 드라마 일본 열도 정벌”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는, “반(反)한류”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파리 8대학 유럽 연구소의 베르나르 카생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세계화와 국제화는 다를 뿐 아니라 상호 모순된 개념이다. 국제화에서는 시민들이 국내에서 집단을 형성하여 연대하고 나아가서 외국의 집단과도 다자적 시스템 아래서 협조하고 손잡는다. 또한 정부가, 적어도 민주국가에서는, 사회와 시민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세계화에서는 시민은 없어지고 소비자만 존재한다. 또한 세계화에서는 의사결정 중심으로부터 시민을 완전히 분리하여 시민은 단순히 결정을 적용하는 대상일 뿐이다. 이러한 세계화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저항해야 한다. 국제화는 보편화의 한 단계로서 모든 인간사회 간의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다.” (ii)

그렇다면,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의 대립은 곧 고유성과 대중성의 대립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두 요소 모두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될 경우에는 다른 한가지를 놓치게 될 수가 있는 거지요. 다시 말해, 오로지 “한국적”인 것만이 세계적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경우, 대중성이 부족한 상태로 세계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되면, 공급은 있지만 이를 원하는 수요가 없는 모습을 보이게 되어 십중팔구로 실패를 맛보게 될 수밖에 없지요.

한국의 문화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이 개그 콘서트를 본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물론, “대장금”과 같이 지극히 전통적인 한국적 소재로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무조건 “한국적”인 것만을 고집한다면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 것입니다. 한국 내에서도 대중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판소리를 지금 그대로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거나, 한국적 코미디를 소재로 해 국내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힘든 영화를 그대로 수출 한다면 쉽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세계적”인 것만을 고집하며 독창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세계에서 유행하는 코드만을 쫓는다면, 모방 품이나 아류 작으로 전락해버릴 위험성이 크다는 겁니다. 만일 현대 자동차에서 요즘 유행하는 슬림한 디자인을 따라하기 위해 독일 아우디사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하여 만들어 낸다면, 대중성은 얻겠지만 독창성이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손재주가 뛰어난 한국인들이 해외의 명품 제품들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모방해 내지만, 이는 모방에 그친 복제품일 뿐 일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두 축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 내어, 우리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세계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중성도 포함하는 “국제화 (internationalization)”를 이루는 것입니다. 세계화가 국경을 파괴하며 국적불명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과는 달리, 국제화의 경우에는 각국의 국경과 고유의 문화를 유지한 채로 벌어지는 국가간의 교류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을 종주국으로 하는 스포츠인 축구가 영국을 뿌리로 하여 “세계화”가 되었다면, 국가들 개개의 개성이 없이 모든 국가가 영국식 축구 스타일을 따르는 “영국화”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가 “국제화”가 된다면, 모든 국가가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린 스타일의 축구를 하며 세계의 팀들과 겨루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날의 축구는 세계인들이 즐기기는 하지만, “세계화”가 된 스포츠가 아니라, “국제화”가 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삼바축구, 프랑스의 아트 사커, 이태리의 카데나치오를 생각하면 각국의 팀들이 특색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또 하나의 예로, 우리 한복의 전통적인 디자인에 세계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 기성복 스타일을 접목시켜 창조해 낸다면 이것은 “국제화”이지만, “미키마우스”와 같은 국적 불명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어 전세계인들에게 거부감이 없이 어디서나 통할 수 있게 만든다면 이것은 “세계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가 갖고 있는 소중한 “원석”인 한국적 문화 자원을 캐내어 발굴한 뒤, 가공과정을 거쳐 세계의 구매자들의 대중적인 기호에 맞는 “포장”을 하여 판매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런 포장 없이 우리 것을 자랑스러워 하기만 한다고 해서 세계 시장에서 저절로 대중성이 생긴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실례로, 일본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른 가수의 곡을 작곡하여 화제가 되었던 한국인 작곡가 송영하씨의 성공 비결은 바로 “일본인들의 취향과 정서를 이해하면서 한국의 정서를 조화시킨 신선함” 이었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원더걸스의 현지 프로모션을 맡고 있는 유명 기획사인 조나스 그룹 역시, 원더걸스가 추구하고 있는 복고풍 스타일과 음악은 미국의 아티스트에 의해 시도되고 있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원더걸스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씨 역시, 미국에서 활동하는 원더걸스가 미국풍을 쫓기보다, 오히려 한국에서 활동하던 이미지를 살려 그대로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미술계에서 또한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는데, 홍콩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에서 한국의 작가들의 작품이 추정 가를 훨씬 뛰어넘는 고가에 팔리는 등 홍콩 미술관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들의 성공 비결은 바로 한국적 색채가 강한 작품들이었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젊은 팝 아티스트들인 권기수, 이동기, 신선미는 서구의 콜렉터들이 쉽게 이해하는 팝 아트 장르에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시켜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장동조 더칼럼스갤러리 대표에 따르면, 해외 콜렉터들은 서양 현대미술과 유사한 작품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독특한 한국의 미를 현대 화법으로 표현해낸 권기수의 작품

권기수 화백의 작품

더불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금메달과 2009년 WBC에서의 준우승의 쾌거를 올린 한국 야구 대표팀의 스타일은, 야구 종주국 미국이 추구하는 장타 위주의 “빅볼”이나, 근대 한국 야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본 야구가 추구하는 단타 위주의 “스몰볼”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오히려 두 요소를 혼합한 스타일에 “발야구”라는 기동력을 접목시킨 새로운 한국식 스타일 이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업적을 이루어냈던 한국 축구의 스타일 역시, 세계 축구계에서 주를 이루는 유럽식 전술에, 한국팀 특유의 근성과 체력을 바탕으로 한 독특하고 강력한“압박 축구”를 탄생시켜 내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이전인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세계적 강호인 이탈리아를 격파하고 8강에 올랐던 북한 축구대표팀이 선보였던 “사다리 전법”역시, 유럽식 전술에 자신들만의 특징을 접목시켜 대 성공한 사례라고 볼 때 있습니다.

북한의 8강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사다리 전법"



이를 통해 보듯이, 대중적인 문화에 대한 모방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대중성인 소재에 한국적인 특징을 입혀 “국제화”시킨 것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 야구 대표팀이 미국이나 일본 스타일의 야구를 무조건적으로 모방을 해 미국과 일본과 겨루었다던가, 한국과 북한 축구 대표팀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유럽의 축구 스타일을 모방하여 원조 유럽 팀들과 대결을 했다면 과연 이러한 업적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요?

공을 가진 선수를 순식간에 3명이 에워싸는 한국 대표팀의 지칠 줄 모르는 압박과, 평균 165cm에 불과한 북한 축구 대표팀의 선수들이 서로의 어깨를 짚고 올라가 인간 사다리가 있었기 때문에 위대한 업적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독창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체성”입니다.

우리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맞는 백신은 사실 독감 균을 몸 속에 집어 넣어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만약 우리 몸 속의 항체가 나약하다면 소량의 병균에도 압도 당하여 몰살 할 수밖에 없겠죠. 문화 또한 마찬가지로, 외국의 문화를 받아 들여 토착화 시킨 후 우리 것으로 재탄생 시키는 과정에서, 항체 역할을 하는 현지의 문화가 주체성이 없다면,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문화에 의해 괴멸 당하게 되어버리고 마는 거지요.

인도 카레보다 더 유명한 일본 카레나, 이제는 정말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려면 일본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탄탄한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자국의 문화를 통해 외국의 문화까지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본의 “모방을 통한 새로운 것의 창조”를 교훈 삼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보듯이, 드라마나 영화, 음악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문화 콘텐츠가 독창성을 배제한체로 대중성만을 쫓아 모방품의 제작에만 그친다면, 그것은 모방을 통한 복제품의 제작에만 그칠수 밖에 없고, 원조를 뛰어넘는데 더욱 힘이 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 음악계에 진출한 한국 가수가 “완전한 현지화”를 표방하며 미국인처럼 행동하고 미국식으로 노래를 부르고 미국식으로 춤을 춘다면, 자신과 똑같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수많은 미국의 아티스트들과의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여기에 남들이 못하는 어떠한 (한국적인) 요소를 통해 음악을 표현해 낸다면, 그는 그 위치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입지를 탄탄히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출신 가수 K는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한국적으로 미국 음악을 소화해내는 가수”라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독특한 잠수함 식 투구 폼으로 성공을 이루어냈던 김병현 선수가, 대중성을 쫓기 위해 그만의 투구 폼을 버리고 대중적인 투구 폼을 선택하여 정통파 투수가 되었다고 하면, 자연스레 그가 경쟁해야 하는 선수들의 수는 많아지고, 그만의 경쟁력도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서구의 미인을 따라서 얼굴을 성형한 한국 여성보다, 한국적인 독특한 얼굴로 국제적 인기를 얻는 스타들을 봐도 이해 하기가 쉽지요. 따라서, 한국의 문화계에서도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돈이 되는” 대중적 컨텐츠만을 선택하여 비슷한 내용의 소재를 계속해서 생산해내는 “자기 복제”나, 일부 유명 한류 스타의 이름값에만 기대어 컨텐츠의 내실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이른바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 상품 인기는 쇠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만약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만들어낸 "한류월드" 또한, 독창성을 배제한 체 미국의 문화를 모방하는 데에 그치면, 이는 명품을 모방한 복제품을 만드는 “헐리우드” 짝퉁 공장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iii)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검증된 트렌드에만 집중하지 말고, 경쟁국가들과의 싸움에서 돋보일 수 있는 독창적성이 포함된 컨텐츠를 개발해야만 합니다.


2009/08/23 - [세계에 한국을 알리자!] - (10) 핫도그에 김치 얹어 먹는 미국인들?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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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한국적인것과 세계적인것에 대한 주제를 다룬 한국의 정체성 탁석산
(ii)
http://www.hani.co.kr/section-002009000/2000/002009000200002031744001.html
(iii)
2000년 전후로 대한민국의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가 대한민국 국외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생겨난 한류를 기반으로 한류의 세계화와 체계적인 육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게 될 복합단지이다. 경기도가 고양시 일산에 만들고 있는 문화관광 복합단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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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 [세계에 한국을 알리자!] - (7) 한국을 떠올리면 기모노와 스시, 가라데가 생각난다?

로부터 이어지는 글입니다.


“Korea”가 없는 “코리아타운”


몇 년 전 처음으로 Los Angeles의 코리아 타운을 방문하게 되어 가슴이 설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100만 명의 한인 동포들이 살고 있는 코리아 타운에 가면 왠지 서울의 거리를 옮겨 놓은듯한 모습과 미국 한복판에서 한국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알릴 수 있는 많은 볼거리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리아타운이 있는 Wilshire길로 접어들면서 그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코리아 타운임을 상징할 수 있는 한국 전통 양식의 구조물이 하나 정도라도 있겠지 하며 주위를 둘러 보아도, 코리아 타운임을 알 수 있는 요소라고는 단지 “Koreatown”이라고 쓰여 있는 도로 표지판 하나와 사방을 뒤덮고 있는 한글 간판들뿐 이었습니다. 한국의 문화를 상징할만한 그 무엇도 없는 이곳은 “Koreatown”이 아닌 단지 “코리안들이 모여 사는 상업 구역”이라고 불리는 게 더 나을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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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반대로, 중국인들이 밀집하여 거주하는 차이나 타운은 중국의 성 같이 지어진 Main Gate를 통해 주 광장인 Central Plaza로 들어가면서 마치 중국의 한 마을을 옮겨 놓은듯한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색깔인 붉은색으로 칠해진 기와 건물들과 황금색 용들 사이에 둘러싸여 중국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이곳에는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 사진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2월에는 중국의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폭죽 쇼와 함께 용/사자 춤으로 성대한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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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전통을 중시하는 것은 중국인들만이 아니었습니다. 1884년 독일인 마을에 일본인 요리사가 살기 시작하면서 그 시초가 된 일본인들의 거주 지역인 “Little Tokyo”에서도 일본의 문화를 잘 느낄 수가 있는데, 이 곳에는 일본인들이 노력하여 만든 일본식 정원만도 14개에 이르고, 일본 전통의 망루나 전원 마을도 있어, 나도 모르게 일본의 문화에 둘러 싸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코리아 타운 내에서 판매하는 한국 음식들이 바로 한국의 상징이 아니냐 라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김치, 비빔밥, 갈비, 그리고 냉면 모두가 코리아 타운 내에서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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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일본과 중국이라는 경쟁사를 외면하고 그 사이에서 한국을 선택 하고 코리아 타운 안으로까지 들어 왔을 때의 이야기이고, 이 “들어오게 만드는” 과정을 위해서는 한국의 문화를 나타내고 상징할 수 있도록 하는 “포장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단지 “음식과 찜질방”만을 위해 코리아 타운을 찾게 하는 것이 아니라, “리틀 도쿄와 차이나 타운에는 없는 특별한 문화적 매력을 내세워서 저절로 발걸음을 하도록 만들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세계 인터넷의 사진들을 검색할 수 있는 Google의 이미지 검색창에 “LA Koreatown”,”LA Little Tokyo”,그리고 “LA Chinatown”을 차례대로 검색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LA Little Tokyo”와 “LA Chinatown”을 각각 검색해보면 그 상징이 되는 전통 건물들을 배경으로 하거나 주된 대상으로 삼아 찍은 기념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비하여, “LA Koreatown”의 경우에는 그 상징을 하는 구심점이 없는 이유로 갈비나 김치 같은 음식의 사진이나 노래방과 같은 건물 내에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기념 사진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보듯이, 외국인들이 인식하기에도 Koreatown을 대표할 만한 상징물이나 볼거리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규모상으로는 차이나타운과 리틀 도쿄를 합친 것의 5배나 된다는 코리아타운은 한마디로 덩치 값을 못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을 느끼기 위해 코리아 타운을 찾은 외국인들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문화와 전통이 어떻게 다른지 특징을 알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태어나 자신의 뿌리에 대해 배우고 유대감을 형성하고 싶은 2세, 3세 아이들에게 또한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이처럼, Koreatown은 한국인들이 사는 모습만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에만 그칠게 아니라, 저절로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인들 끼리만해도 충분히 먹고 살수 있는데 뭐 하러 상징물같은데에 돈을 쓰느냐는 것은 너무도 근시안적인 생각이며, Koreatown내에서 모든 것들이 한인들을 위한, 한인들끼리만 소비하는 우물 안 개구리적 문화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6.25 동란 이후 고도의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우리의 전통 가옥들이 헐리고 무미 건조한 성냥갑 아파트들이 가득한 서울의 모습에는 한국을 상징할만한 볼거리가 없다는 지적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만의 잔치”는 타운 내에서 멈추지 않고, 자기 민족의 우수성과 힘을 과시하기 위한 좋은 홍보의 장인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일보 송의용 국장에 따르면, 퍼레이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랜드 마셜”에는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들을 초청해서 관심도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최근 몇 년간 코리안 퍼레이드의 얼굴 역할을 하며 퍼레이드의 최전방에서 행사를 이끈 인물들은 행사의 주관사인 신문사의 사장이나 한인회 인물들이나 총영사가 그 앞줄을 독식 했다며 코리안 퍼레이드가 특정 회사의 홍보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차라리, 미국 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유명 스포츠 스타들, 박세리, 박찬호, 추신수, 하인스 워드등을 비롯해 한인 2세 출신의 유명 정치인들을 내세운다면 미국 언론의 조명을 받을 기회 또한 자연스레 늘어나게 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누구인지 모르고 한국인들끼리만 아는 인물들을 내세워 “우리만의 잔치”로 만드는 것 보다, 미국인은 물론 많은 외국인들도 함께 반가워 할 수 있는 진정한 “한국의 얼굴”을 내세우는 것이 우리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아쉬움은, 세계의 수도라 불리며 나라마다 자국의 위상과 문화를 뽐내는 개성 있고 특징 있는 건축물로 가득한 워싱턴에서 한국의 대사관이 어떠한 모습으로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지 에서도 느낄수가 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한 강찬호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한국 대사관에 근접하여 있는 일본 대사관은 전통 건축물과 조경술이 조화되어 훌륭한 경관을 연출해내고, 건물 내에도 일본의 문양을 장식해놓아 일본의 문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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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사관 또한 세계적인 중국계 건축가 I.M. Pei를 앞세워 미국에 있는 대사관중 가장 큰 규모의 건물을 완공하여 워싱턴 한복판에서 중국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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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한국의 주미 대사관 건물은 군용 막사를 연상케 하는 칙칙한 색의 잿빛으로 현관에 걸린 태극기 외에는 대사관을 찾는 손님에게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그 어떠한 특징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본 대사관 내에서 대규모의 행사를 직접 치를 수 있는 데에 반해, 한국 대사관에서는 규모적인 면의 미비함으로 인해 대사관 외의 곳에 의뢰하여 행사를 치러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워싱턴의 한국 대사관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대사관에 못지 않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고, 미국 언론을 상대로도 활발한 홍보 활동을 하며 지역 커뮤니티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안타까움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장면을 현대 자동차의 입장에서 재현해 보도록 해보겠습니다.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딜러쉽들이 한군데에 모여있는 로스엔젤레스입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일본의 토요타, 독일의 BMW 딜러쉽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일본의 토요타를 찾아가려 하는데, 저 멀리서부터 토요타를 상징하는 거대한 로고가 눈에 띕니다.

찾는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딜러쉽에 도착을 하여 주위를 살펴보자 토요타 전용으로 꾸며진 서비스 부서와 최신 차종들이 가득한 넓은 주차장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벽면을 따라 토요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들과 설명들이 가득 합니다.

회사의 창립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최초의 양산 모델부터 최신 모델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 준비해 놓았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널찍한 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종종 기자들을 상대로 토요타 신차 발표회를 하기도 한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이제 독일의 BMW 딜러쉽을 찾아 보겠습니다.

역시 이곳에도 BMW의 상징인 파랑 하양의 프로펠러 로고가 저 멀리서 눈에 띄기에 아무런 문제 없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들은 바로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서 그 위용을 떨치고자 미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건물을 신축 했다고 하는데, 이 작업에서 독일의 유명 디자이너들을 대거 고용했다고 하는군요. 딜러쉽에 도착하자,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 당하고, 건물 내에는 마치 미니 박물관을 연상시킬 만큼의 BMW의 역사 자료가 가득 있었습니다.

비행기 회사로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공간에서, 역시 독일의 기술력은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두 딜러쉽을 구경하고 나서, 요즘 미국에서 폭발적인 판매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 자동차회사인 현대 자동차의 딜러쉽을 방문해보기로 합니다. 한 시간을 찾았을까, 어디에도 현대 자동차임을 나타내는 상징물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간신히 도로 명을 찾아서 도착해보니 “현대자동차” “서비스” “고객센터” “주차장”등의 팻말이 한글로 크게 적혀 있는걸 보니 맞게 왔나 보다 하고 일단 주차를 합니다. 차에서 내리고 건물을 살펴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60년대에 지어진 듯한 건물입니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60년대에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Oldsmobile”사에서 사용하던 건물을 사들여서 그대로 쓰고 있다는군요. 안으로 들어가자 오래되고 협소한 건물에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현대 자동차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는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담당자가 말하기를, 건물이 너무 협소하여 신차가 나와도 발표회를 할 수가 없어서 주위의 큰 건물들을 대여해서 간소하게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이렇게 특징이 없고 낡은 딜러쉽 안에서도 직원들의 역량 하나만큼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미디어를 상대로 현대 자동차를 알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상을 알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모든 것들이 60년대 Oldsmobile 건물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미국에서 승승 장구하고 있는 현대 자동차의 위상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그런 멋진 건물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행히도, 이러한 문제를 심각히 여긴 한인 사회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져왔고, 드디어 2006년에는 한국식 정자인 “다울정”이 LA 코리아타운에 세워졌습니다. “다 함께 사는 우리”라는 순수 한국 이름을 갖고 탄생한 다울정은 한국 정자, 그 중에서도 단청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코리아타운의 새 “얼굴”이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어이없지만 이번에도 역시 다울정의 영문 표기는 "Dawool Jung"이 아닌 무미건조한 "한국식 정자"라는 뜻의 "Korean Pavillion"으로 미국인들에게 홍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인 모두의 열정을 담아 탄생한 다울정은 3년여만인 2009년 3월, 경비 대금 지연으로 인해 자물쇠를 채우고 일반인의 출입을 봉쇄하게 됩니다. 이 와중에 내부는 행인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쌓여만 갔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과도 같은 상징물인 다울정이 쓰레기로 뒤덮여 가는 모습을 보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이고 그것을 보고 자라나는 한인 2/3세 어린이들은 어떠한 느낌이 들까요?

공은 모두가 나누어 가지려 하지만 책임은 아무도 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일화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인 마음에서 전통을 존중하고 아끼어 하나라도 더욱 일본적인 공간을 조성하고 외국인들에게 일본의 문화를 알리려는 일본인들의 자세는 우리의 그것과는 본질부터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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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채워진 채 굳게 잠겨있는 다울정의 모습



명절이 되어 한복을 입는다는 것 조차 “어른들이 입으라 하니까 입는”것이 아닌, “우리 문화를 지키고 싶은 자발적인 마음”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멋대로 방치되는 다울정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전통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과연 얼마나 생겨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이것이 단지 외국에 나와있는 한인들만의 문제일까요? 처참하게 불타버린 숭례문과, 화재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낙서로 훼손되어 있는 한국내의 문화재들을 볼 때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라는 말보다 더 딱 들어맞는 표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내에서조차 우리 문화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데 과연 외국에 나간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이러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에는 쉽게 수긍하기가 힘들듯 합니다.

전통이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지켜내는 것” 이 아닌, “지켜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 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다울정과 숭례문을 만들어 낸들, 그 누구도 지켜내지 않고 방치 한다면 그것은 아무에게도 가치가 없는 흉물 덩어리밖에는 의미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서 미국 San Pedro 시에 건립 했던 “우정의 종각” 또한 한때는 방치된 시설물로 전락했었다는 얘기를 통해서도 우리의 근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을 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렇듯, 한국의 불량 식품을 먹고 배탈이 나버린 외국인들과는 달리, 차이나 타운과 리틀 도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양질의 식품을 섭취한 외국인들이 일본과 중국 문화와 전통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친근감과 존경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텐데, 외국의 영화들에 비춰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한중일 삼국의 위상을 보다 자세히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은 평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경외와 존경, 신비함으로 그려지는 일본과 중국


먼저 중국을 소재로 한 외국의 영화들을 생각해 보면 어떤 작품들이 머리에 먼저 떠오르시나요? 얼마 전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쿵푸 팬더”를 기억 하실 겁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친근한 동물인 팬더 곰이 중국의 전통 무예인 쿵푸를 수련하여 악당을 물리치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적이고 즐거운 소재로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어 전세계인들이 중국식 의상과 건축물, 그리고 예절에 대해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쿵푸 팬더뿐만이 아니라, 이연걸이 등장하는 “미이라 3 – 황제의 무덤”에서는 기존의 배경인 이집트를 떠나 중국에서 주인공들의 활약이 펼쳐지는데, 진시황 시대를 모토로 한 캐릭터들과 만리장성 건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왕릉에서 출토된 토인형들을 통해 중국의 강대했던 고대사와 화려한 문화 유물들을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촬영되어 영화사상 처음으로 서유럽인의 시각에서 중국의 드라마를 그려낸 이탈리아-중국-영국 합작 영화 “마지막 황제”를 통해 세계인들은 자금성의 웅장한 모습과 화려한 궁중 생활에 대해서 경외감을 갖기에 충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화들은 중국인들의 자본과 인력을 통해 제작되어 수출된 작품이 아니라, 외국 영화 제작자들이 자발적으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여 중국의 팬더 곰과 쿵푸, 진시황, 그리고 자금성과 청나라 황제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여 중국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것인데, 이것은 그들이 중국과 중국의 문화에 대해서 상당한 호감과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외감과 신비로움으로 일본의 모습 또한 쉽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미국 신식 군대의 훈련 교관이 일본에 건너가 근대화에 반대하는 일본의 수구파 군인들과의 전투에서 패해 포로가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라스트 사무라이”에서는, 완벽하리만큼 철저하게 고증된 옛 일본의 모습을 배경으로 탐 크루즈가 일본식 갑옷을 입고 일본도를 휘두르며 일본어로 대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경외감과 존경심으로 가득한 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 또한 사무라이와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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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을 추진하고 롭 마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완성시킨 “게이샤의 추억”은, 장쯔이, 공리, 양자경, 와타나베 켄 등의 유명 배우들의 호화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았었는데, 아름다운 일본의 모습을 배경으로 주인공 장쯔이가 어린 소녀에서 게이샤로 되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섬세한 촬영기법과 아름다운 색감을 이용해 신비하고도 환상적인 영상미를 통해 선보임으로써 전세계인들에게 게이샤는 물론이고 전통 의상인 기모노와 부채춤 등의 문화를 마음껏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소재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감독이나 배우들이 앞장서서 일본의 문화를 상품화 하여 영화화 하고 세계인들을 상대로 판매 한다는 점에서 부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Falling Down”이나 “Lost”, 그리고 “007 Die Another Day”에서 왜곡되게 그려진 한국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 부러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벌써 여러 번 지적했듯이, 이것은 외국 영화 제작사들을 원망할 일이 아닌, 우리 문화의 상품화와 홍보에 소극적이었던 우리 자신들을 탓해야 하는 것이 첫째여야 할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었는지, 그 노력이 충분한 것이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지, 세계인이 즐기는 대작 영화에 너무나도 멋지게 그려지는 일본과 중국을 보면서 초라한 한강대교를 배경으로 소달구지가 굴러 다니는 한국의 모습을 애써 못본척 외면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외국의 서점에서의 한국 관련 서적들, 도서관에서의 오래되고 낡은 한국 관련 자료, 유명 박물관의 초라한 한국관, 그리고 한국의 모습이 없는 코리아타운의 문제에서 보듯이, 어쩌면 그들이 우리의 모습을 왜곡되게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붓을 잡고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왜곡되게 그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캐릭터들


한중일 삼국의 문화적 빈부의 격차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의 양과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중국을 소재로 한 영화에 중국적 캐릭터인 황제, 팬더 곰, 쿵푸의 달인이 있다면, 일본을 소재로 한 영화에는 일본적 캐릭터인 게이샤, 사무라이, 닌자, 스모 선수 등이 있는데 비해, 한국을 소재로 한 영화에는, 태권도 고수나 북한군 캐릭터를 제외하면 기껏해야 “열심히 일하는, 두뇌가 명석한, 모성애가 강한 한국인”과 같이, 구체적으로 정형화 되지 못하고 추상적인 이미지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은 이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우마 서먼은 복수를 위해 일본의 명검인 “핫토리 한조”를 얻기 위해 일본으로 직접 찾아가서 일본의 장인으로부터 그 명검을 손에 넣고 차례 차례 적들을 무릎 꿇려 나갑니다. 그의 힘의 원천이 되는 무예는 중국인 쿵푸 고수인 “Pai Mei”에게 배운 것인데, 이를 수련하기 위해 우마 서먼은 직접 중국으로 찾아가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며 무예를 익혀 냅니다.

1, 2편으로 나뉘어져 개봉한 장대한 복수의 대 서사시의 하이라이트는, 우마 서먼과 그의 철천지 원수인 “O-Ren Ishii”와의 결투 장면인데, 하얀 눈이 쌓인 일본 정원에서 일본도를 들고, 기모노를 입은 O-Ren Ishii와 건곤일척의 대결을 펼치게 되는 이 장면에서, 아름답게 꾸며진 일본 정원을 기가 막히게 짜여진 카메라 워크로 화면에 담아낼 때마다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반갑게도 이 영화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캐릭터들 사이에서 한국인 캐릭터도 등장을 합니다. “Helen Kim”이라는 이름의 한국인 여성 킬러는 애초에 우마 서먼을 살해하라는 명을 받고 그를 찾지만, 그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약해져 살해를 포기하고 주인공을 살려주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바로 글자 하나의 차이에 있습니다.

Helen Kim은 한국”인” 캐릭터이지만 한국”적” 캐릭터가 아닌 것이 그 이유인데요, 중국인 쿵푸 고수인 “Pai Mei”는 중국의 쿵푸를 대표하는 중국”적”인 캐릭터이기에 어느 나라의 배우가 그 역할을 하던지 “중국”을 표현하는 것이고, 기모노를 입고 일본도를 들고 있는 일본”적” 캐릭터인 “O-Ren Ishii”의 역할 또한 배우의 국적에 상관 없이, 일본을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Helen Kim”의 경우는 사뭇 다릅니다.

“킬러”라는 캐릭터는 한국에서만 찾을 수 있는 한국”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없고, 단지 한국”인”이 그 역할을 소화해낸, 국적과는 상관 없는 일반적인 캐릭터 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더 쉽게 말해, “쿵푸 고수”나 “일본 검술 고수”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인물로 설정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지요.

일본도와 기모노를 입은 Oren-Ishii (위), 중국의 무술 고수 Pai Mei (가운데), 그리고 한국인 킬러 "Helen Kim" (아래)


만일 “러시아인 쿵푸 고수” 캐릭터가 우마 서먼에게 쿵푸를 가르치고 “나이지리아인 일본 검술 고수” 캐릭터가 기모노를 입고 일본도를 휘두르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무엇인가 부자연스러울 느낌이 들것입니다. 하지만 “킬러” 역할의 경우에는 굳이 “한국인”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이스라엘 킬러”, “브라질 킬러”, “러시아 킬러”가 그 역할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부자연스러울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쿵푸 고수”와 “사무라이”는 일본의 문화에만 고유하게 존재하는 “일본적”인 캐릭터 이지만, “킬러”는 단지 한국의 문화에만 고유하게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닌, 세계 어느 곳에도 존재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캐릭터 라는 것입니다. “한국인 킬러”의 경우에는, 한국”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단지 한국”인”이 그 역할을 소화해낸
한국”산(産)”캐릭터라는 것입니다.


한국 대표 캐릭터는 “짜장 소녀 뿌까”? – 한국적(的) vs. 한국산(産)

한국”적”인 것과 한국인이 제작해낸 한국”산”의 제품은 엄연히 다른 개념인데, 이는 한국의 캐릭터 업체인 Vooz가 제작하여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짜장 소녀 뿌까”의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잘나가는 중국집 "거룡반점"의 막내딸 뿌까는 명랑하고 쾌활한 여자아이입니다. 어느 날 “수가마을”로 자장면 배달을 떠나게 된 뿌까는 그 곳에서 가루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이후, 그만 첫눈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그길로 부모님을 졸라 수가마을에 "거룡반점"의 분점을 내고는 "거룡반점" 본점의 수석 주방장이었던 "짱뚱" , "우어" , "호오" 와 함께 첫 영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성공적으로 수가마을에 정착한 뿌까는 자신의 마음을 훔쳐간 가루를 찾아가 쉴 새 없이 뽀뽀세례를 퍼부으며 자신의 사랑을 이루려 하고, 이 과정에서  "아뵤" , "칭" , "소소" 등 뿌까의 개성 있는 친구들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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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만화의 주를 이루는 캐릭터들은 일본과 중국에 관련된 캐릭터 입니다. 중국의 전통 의상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있는 중화요리 집 소녀 뿌까가, 표창을 던지며 일본도를 들고 다니는 일본 닌자 소년인 “가루”를 좋아하고, 쌍절권을 돌리며 이소룡처럼 되고 싶어하는 쿵푸 소년인 “아뵤”와, 역시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소녀인 “칭”, 소림사 출신의 “소소”, 가루의 라이벌이자 역시 닌자인 “또베”등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2008년 기준으로 유럽 전역 50개국에 방영되고 남미와 북중미,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방영이 되어 110여 개국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막대한 수입을 올린 “짜장 소녀 뿌까”의 성공은 분명히 한국 캐릭터 산업의 희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 캐릭터 산업의 저력과 역량을 증명해낸 사건일 뿐, 만화 내에는 일본과 중국 문화의 대표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한 것을 고려하면, 한국을 대표할만한 한국”적” 캐릭터나 문화가 녹아있는 콘텐트를 제작해 내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소비층이 형성 되어 있는, “잘 팔리는” 캐릭터인 중국의 “쿵푸 소녀”나 일본의 “닌자” 캐릭터를 한국의 업체가 상품화하고 판매하는 데에 성공 해낸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인들조차 중국에서 제작된 자국의 캐릭터로 오인하여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제작된 한국”산” 캐릭터가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은 혁명적인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한국”적” 캐릭터를 개발해낸 데에는 실패 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뿌까”는 성공한 한국의 캐릭터 산업의 대표 캐릭터이지, 한국문화의 대표 캐릭터가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반대로, 일본과 중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은, 한국의 캐릭터 회사가 아닌 세계의 어느 회사가 제작을 하던지 에 상관없이, 외국인들의 눈에 비쳤을 때 단번에 “일본과 중국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에 “일본과 중국 캐릭터”로 인식이 되는 것입니다. 외국의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뿌까”를 시청하며 뿌듯한 마음에 뿌까는 “Korean character (한국 캐릭터)야!” 라고 자랑을 하면 외국 친구들의 눈이 휘둥그래 질 겁니다. 분명히 “중국 사람이랑 일본 사람들 같은데?” 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 말에 마땅히 반박할 근거가 없자, 뿌까는 “한국인들이 제작한 중국/일본 캐릭터들이야. 한국인들이 만들었어. Chinese and Japanese characters made BY Koreans”라고 밖에 할 수 없겠죠.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일본과 중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의 종류는 더욱 풍성해지고 세계인들에게 그 인지도가 높아졌을 거라는 분석을 할 수도 있지요. 만화 속 캐릭터들의 쿵푸, 닌자, 중국 요리로 인해 일본과 중국에 관련된 이미지의 연결 고리들은 더욱 활성화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문화 산업의 성장에 일조 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단기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한국의 캐릭터 회사이지만, 더욱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일본과 중국이라는 말이지요.

그리고, 일본과 중국이 그 영향력을 넓혀 갈수록, 한국이 얻어낼 수 있는 몫은 더더욱 줄어만 갈 것입니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일찍이 애니메이션 초 강국인 일본의 “아니메 (Anime)”를 거부감 없이 접하며 자라는 어린이들은 일찍부터 일본적 가치관과 문화에 대해서 길들여지고 익숙해 집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큰 UCC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와 리플수, 즐겨 찾기 수를 기록하는 영상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품인 것을 보면 그 영향력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바람의 검심”을 보며 일본 검객에 대한 낭만과 열정을 느끼고, 제국주의의 열망을 미화한 수많은 작품들을 접하면서 일본인들에 대해 동정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니메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일본의 비디오 게임과, 게임의 소재로서 등장하는 일본과 관련된 배경과 캐릭터들을 생각해보면,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 하는 메시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가치관 전반에 소리 없이 침투하는 문화의 파괴력을 생각해 볼 때, 일본은 자국의 대표 산업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수천 수만의 지원군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책 속의 “요코 이야기”가 예쁘장한 그림체의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탄생한다면 우리에게는 커다란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거겠죠.

이 문제를 자세히 생각해보면, 문화적으로 고유하고 상징성 있는 대표 캐릭터가 없는 한국에게 할당되는 역할 자체가 적은 것이 그 근본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애초에 동양에 관련된 헐리우드의 시각이 주로 일본과 중국에 관련된 몇 가지의 고정 관념적 이미지에 제한되어 있는 이유를 들며 이러한 현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렇게 제한적인 동양에 대한 이미지의 한계 내에서도 일본과 중국의 경우는 그들만의 대표적 캐릭터로 시장을 장악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보면, 일본과 중국은 고정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어 있는 정규직원과도 같고, 대표할 캐릭터가 없는 한국은 일정하게 보장된 고정 수입이 없어 마치 남는 일거리를 찾아 경쟁 해야 하는 비정규직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고유한 브랜드가 없는 한국의 경우는, 자사의 로고를 붙여 판매할 수 있는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하청을 받아 제품의 제작을 하는 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에만 그쳐 버리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하청을 주는 주문자 기업의 경우에, 더 저렴한 노동력이나 조건을 제시하는 제작자가 나타날 경우에는 언제든지 하청업체를 교체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 기업인 Sony의 하청을 받아 한국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Sony의 로고가 붙게 되는 순간 일본의 제품으로 인식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고, 낮은 인건비를 찾아 인도나 베트남에 하청을 주어 부품을 제작하게 해도, 최종적으로 현대 자동차 로고가 붙게 되는 순간부터는 한국의 제품으로 인식 되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지금은 한국인 배우가 아시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고 헐리우드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른 국가에서 한국 배우들과 경쟁할만한 인지도 높은 좋은 배우들이 배출되어 낮은 몸값으로도 같은 역할을 된다면, 주문자인 헐리우드는 가차없이 그 기회를 다른 나라 출신 배우에게 넘겨줄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배우들의 헐리우드 진출은 한국의 이미지가 높아져서 라기 보다는, 좋은 조건에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전반적인 산업 환경 그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체 브랜드가 없던 한국이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을 통해 양질의 노동력을 수출하던 7,80년대에, 유명 외국 브랜드의 신발이나 의류와 같은 제품들의 라벨에 “Made in Korea”가 상당수를 차지 했던 것이 이제는 “Made in China”나 “Made in Vietnam”이 주를 이루는 것을 생각해보면, 브랜드는 대체되지 않지만 하청업체는 쉽게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 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비슷한 예로, 얼마 전 엔고 현상으로 인해 일본의 관광객들의 방문 러시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명동을 가득 채웠던 일본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쇼핑을 즐기려 왔던 현상에 관광 관계자들은 행복의 비명을 질렀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이고, 엔고의 거품이 터지게 되어 쇼핑몰로서의 매력을 잃게 되자 자연스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더욱 싸고 질 좋은 제품을 파는 다른 국가로 발걸음을 옮겼겠지요.

따라서, 대체의 위험이 있는 요소를 내세워 판매하려는 것 보다, 다른 관광지로 대체가 불가능한 “한국에 꼭 와야만 드는 것은 있는” 관광 명소들을 만들어야만 할 것입니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명품 제품을 구입할 때에는 가격이나 대체 상품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되겠습니다.


닌자와 사무라이가 되기 위해 헐리우드로 간 한국의 스타들


이처럼, 대체가 불가능하게 굳건히 정형화된 대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경우에는 외국 영화에서도 일정 수준의 포지션이 확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지만, 대표 캐릭터가 부족한 한국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국적과 상관 없이 대체 가능한 일반적인 캐릭터 역할을 위해 다른 나라의 배우들과 경쟁을 하던가, 그나마 긍정적인 태권도 고수를 제외하면 북한군이나 타 인종과 갈등을 겪는 부정적인 한국인 캐릭터 역할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마저 제한적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영화배우 차인표씨가 왜 한국을 왜곡되게 그린 영화 “007: Die Another Day”에서 북한군 악역으로의 출연을 고사하였고, 헐리우드에 진출한 많은 수의 재능 있는 한국 배우들이 일본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미루어 짐작 해 볼 수가 있습니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인 “Blood the Last Vampire (블러드)”에서 전지현은 일본식 교복을 입고 일본도를 휘두르며 흡혈귀를 무찌르는 “사야”의 캐릭터로 인해 왜색 논란에 휩싸였었고, “7인의 사무라이”의 서부극 판을 표방한 영화 “The Warrior’s Way”에 출연하는 장동건 또한 일본식 상투를 하고 일본도를 들고 있는 무사의 역할을 맡음으로써 왜색 논란을 겪었으며 , “G.I. Joe”에 출연하는 이병헌은 닌자 캐릭터인 “스톰 섀도우(Storm Shadow)”역할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상의 스톰 섀도우는 한국인 닌자의 설정으로 나오며 한국어 대사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영화 "Blood the Last Vampire"의 전지현, "The Warrior's Way"의 장동건, "Speed Racer"의 박준형, "닌자 어쌔신"의 정지훈, 그리고 "G.I. Joe"의 이병헌



또한, “Ninja Assassin”에 출연하는 정지훈 역시 닌자들과 처절한 결투를 벌이는 인간병기 “라이조 (Raizo)”역할을 맡아 논란을 피해갈수 없었죠. 그리고 한국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Speed Racer”에 출연한 박준형 역시 “일본인 야쿠자 드라이버”의 캐릭터를 소화해 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 같이 출연했던 정지훈 역시, 원래는 일본인 캐릭터 역할을 맡았으나 촬영 전에 논의를 거쳐 국적이 없는 캐릭터인 “태조 토고칸 (Taejo Togokahn)”역할로 수정을 하였으며, 레이싱 복에는 한글로 이름을 쓰기도 했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한국의 배우들이 일본인이나 중국인의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서 배우 자체의 역사 의식이나 정체성에 대해서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수 있을겁니다. 이들이 맡은 것은 단지 영화상의 배역일 뿐이고, 만일 그들도 한국적인 캐릭터 역할이 있었다면 그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연기를 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로스트의 김윤진이 왜곡되게 그려진 한국의 모습에 대해 항의를 표했고 스피드 레이서의 정지훈이 자신의 레이싱복에 한글을 적어 넣었듯이, 한국인 배우들이 헐리우드에 하나 둘씩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서서히 한국의 이익을 대변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게 될 때, 그때는 헐리우드에서도 한국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작을 하는 한국의 제작자들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한국적 캐릭터를 발굴하고 상품화 하는 데에는 소극적으로 뒷짐만 지고 “잘 팔리는” 외국 문화에만 편승하기만 한다면 이 부끄러운 악순환은 끊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일련의 사례들을 통해 느끼셨겠지만, 한국은 절대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이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멀어만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가 해주겠지, 정부가 나서서 해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관해서도 안됩니다. 일본과 중국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왔기에 지금의 일본과 중국이 있는 것입니다. 비록, 시작은 힘들겠지만 하나 하나의 힘을 모아 한국의 인지도를 높인다면 그 후로는 적은 노력으로도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Korea라는 기업의 본사 라고 생각을 하고, 국민 하나 하나는 Korea라는 거대한 회사와 제품들을 홍보하는 세일즈맨 이라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Korea의 제품들 중에 불량품이 있다면 재빨리 본사인 정부 기관에 알리고, 본사의 운영 정책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세일즈맨으로서 전세계의 소비자를 상대로 Korea제품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동시에 타사들의 Korea회사를 상대로 한 비방 작전에 맞서기 위해 발벗고 홍보 운동을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Korea를 상징할 수 있는 대표 캐릭터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고로, 국민 소득이 $15,000 이라느니 $20,000에 근접했다니 하는 말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Korea라는 회사에 속해 있는 우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삼성 전자에서 핸드폰이 인기리에 판매되어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되면 자매품인 컴퓨터 모니터 또한 반사 이익을 보게 되고, 나아가 냉장고에 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한식을 파는 한식당 들이 한국 음식을 제대로 홍보하고 판매하면 자연스레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고, 그로 인해 태권도나 한복 같은 제품으로의 관심도 또한 높아져 연쇄적인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회사가 많은 수익을 올려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인지도를 높이게 된다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Korea기업의 직원들인 국민 하나하나에게 돌아오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연봉 $20,000의 Korea회사의 세일즈맨인 국민 하나하나가 모두 힘을 합친다면, 연봉 $30,000을 넘어 $40,000 그 이상까지도 벌어 들일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국적을 가진 이상, 우리에겐 항상 Korea기업의 직원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있다면 회사를 사랑하는 애사심이 있듯이, Korea라는 기업에 속해있는 우리 하나하나 모두 애사심을 갖고 Korea를 세계 초 일류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들도 일하고 싶어하는 Korea라는 세계적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또한 얻을 수가 있고, 금전적인 보너스가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세계 그 어느 민족도 따라올 수 없는 한국인들만의 특유의 단결성과 추진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낸다면 제 2의 한강의 기적 또한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이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점을 알았으니, 전열을 가다듬고 힘을 모아 대 반격에 나서야 할 차례입니다. 하지만 최신식 무기와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일본과 중국과 달리, 힘이 약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많이 없는 우리가 그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덤벼 든다면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더 참신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통해서 세계 시장을 공략해 나가야만 합니다. 이제,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과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을 살펴 볼까요?

2009/08/21 - [세계에 한국을 알리자!] - (9) "김치"를 "Kimchi"로 적는것이 세계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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