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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선일보 - '우리 음식 이름'이 빠진 공허한 한식세계화

retro! 2022. 4. 13. 14:05

[편집자에게] '우리 음식 이름'이 빠진 공허한 한식세계화

강우성 뉴욕대 석사 과정
입력 2011.11.30 23:31

지난 몇 년간 '한식 세계화' 열풍은 대단했다. 필자가 있는 뉴욕에서도 '모바일 한식 트럭' '무료 한식 도시락 배달 이벤트'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펼쳤고 UN에서 한식 만찬을 열기도 했다. 한식당을 찾는 외국인들의 비율도 점점 늘고, 점심시간이면 월가의 한식과 타코의 퓨전푸드 트럭 앞에는 30분 이상씩 줄을 서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뭔가 부족하다. 우선 한식 브랜드를 관리, 마케팅하려면 '제품명'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폰, 갤럭시탭' 같은 고유 제품명은 인지도 상승과 차별화 전략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상당수 해외 한식당은 브랜딩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한식 본래 이름은 빼놓고 영문 설명만 쓴다. 비빔밥을 'Korean style beef and salad bowl(한국식 쇠고기와 샐러드 밥)'로, 잡채는 'clear noodle pasta(투명한 파스타)'로 적고 있다. 심지어 육개장을 'Mongolian hot pot(몽골식 스튜)'로 소개, 정체성마저 놓치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은 한식 메뉴판 해독(?)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무엇보다 자생적 '입소문 마케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긴 국내 수출기업들조차 식혜를 'rice nectar', 수정과를 'cinnamon punch'라고만 적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식의 상품성을 포착한 일본은 잰걸음이다. 전 세계 700여 점포를 가진 한 야키니쿠(燒肉) 전문점의 메뉴판을 보면 한식이 태반이다. 최근까지도 '카루비, 쟈푸채, 쿠파(국밥)' 등 그들 식으로 개명한 한식 메뉴로 젊은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이곳에서 한식을 처음 접한 외국인들은 일식으로 착각하거나 한식을 먹으러 일식당을 찾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필자는 작년에 고유 음식명과 영문 설명을 병기하는 '고추장 캠페인'을 펼쳐 국내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고추장의 표기를 'Gochujang-Korean style hot pepper paste'로 병기토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 초에는 뉴욕대 대학원 한인학생회 주축으로 뉴욕 소재 한식당들의 '메뉴판 정비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막걸리가 아닌 '맛코리'를 마시러 일식당을 찾는 외국인들의 무지를 탓하지 말자. 막걸리를 '니고리 사케'라 표기해 당당히 수출하는 한국 기업도 있었으니까. 또 이런 개선 요구에 대해 "대책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공허한 메아리도 지금껏 변한 게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