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5 - [세계에 한국을 알리자!] - (2)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은 아직도 "문화 식민지"
로부터 이어지는 글입니다.
도자기는 China, 칠기는 Japan!
비즈니스 용어 중에 시장 선점 우위 (FIRST-MOVER ADVANTAGE)”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장 선점 우위란 우리가 게임을 할 때에 선수를 두는 사람이 갖게 되는 우위에 비유할 수 있는데, 상대방보다 한 수 앞서서 수를 둘 수 있으므로써 상대방의 수를 전략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또한 한 업종에 먼저 진입한 기업이 다른 기업들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이익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을 설명해줄 수 있는 실제 사례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떼어놓고서는 살 수 없는 컴퓨터의 키보드 이야기를 들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쿼티 자판(위)와 드보락 자판(아래)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대다수의 키보드 자판은 일명 “쿼티 (QWERTY)” 자판인데, 이는 1868년 미국 밀워키주의 크리스토퍼 숄스(Christopher Sholes)라는 발명가에 의해 만들어져 컴퓨터 등장 이전의 자판기부터 사랑을 받으며 사용되었지만, 한 손가락에 사용이 집중되는 배열상의 구조로 인해 효율과 능률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1936년에 오거스트 드보락(August Dvorak)은 새로운 배열의 키보드를 내놓는데, “드보락(Dvorak)”키보드로 알려진 이 키보드는 영어 설정에 맞도록 글쇠를 배열함으로써 타자 능률을 매우 우수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장점이 많은 드보락 키보드는 쿼티 키보드를 대체하는 데에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쿼티 키보드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에 따라 굳이 새로운 노력을 투자하여 드보락 키보드를 배우려고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일단 한번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된다면 그 위치를 탈환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기업들은 신기술을 발명하기가 무섭게 특허 출원을 내고 업계 표준이 되려고 다투는 것이지요.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후발 주자로서는,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이 누리고 있는 높은 인지도를 넘어서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상처 났을 때 입버릇처럼 “대일밴드”를 찾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지요.
안타깝게도, 일본과 중국은 벌써 예전부터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해왔으며, 그 목적을 달성한지 오래입니다. 가장 단적인 예로, “도자기” 와 “칠기”가 영어로 무엇인지 사전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서구와의 교류를 통해 중국의 도자기를 널리 알려온 덕분에 도자기는 영어로 “china”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칠기는? 바로 “japan”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대표 음식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또한 “Chinese cabbage" 랍니다.
우리우리 설날은 영어로 "Chinese New Year" 랍니다
우리의 문화는 제대로 알려져 있을까요? 외국에도 동양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또한 실제로 범 아시아권에서 지내는 음력 설에 대대적으로 행해지는 행사들을 중계하기도 하고 취재 열기 또한 대단합니다. 미국에서도 라스베가스, 로스엔젤레스, 뉴욕등과 같이 아시아인의 인구가 많은곳에서는 그 행사의 규모나 화려함이 대단하여 현지인들도 빼놓지 않고 관람하는 행사이지요. 그렇다고 외국인들을 앉혀놓고 "오늘은 “Chinese New Year”가 아닌 “설날”이라고 설명해보려 해도 평생을 "Chinese New Year"로 알고 살아온 그들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가 되겠지요.
물론, 우리가 중국식 의복을 입고 중국식으로 명절을 샌다면 “Chinese New Year”라 불리는 게 마땅 하겠으나,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한복을 입고 떡국을 먹고 윷놀이를 하며 널을 뛰기 때문에 설날은 우리 만의 고유한 명절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만의 고유한 설날을 지내도 외국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아, 한국사람들도 Chinese New Year 기념 행사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할 테니 억울할 뿐이지요.
하지만 1800년대의 서부개척시대부터 미국으로 이주해와서 그 세력을 넓힌 중국인들의 영향력과 인지도에는 비교가 안 되는 미국내의 한국 문화를 생각해보면, 그 동안의 중국인들의 노력이 "동양 = China"라는 공식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Chinese New Year" 라는 것은 결국 "동양의 새해" 라고 미국인들은 이해를 하겠지만,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Chinese New Year”에 묻혀 가야만 한다니 우리의 정체성을 무시당한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Chinese New Year”로 알려진 것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설날 (Seol 혹은 Seollal)을 독립적으로 홍보하여 알리는 것이 효과적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중요한 것은 제품을 누가 먼저 “개발”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먼저 “상품화 하고 세계 시장에 내놓았는가” 입니다.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이라도 다른 회사에서 먼저 특허 출원을 해버리면 영원한 아류작으로 남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햄버거와 피자가 이제는 미국의 패스트 푸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자리한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지요. 세계에서 최고로 치는 고려 인삼이 중국식 발음인 “진셍 (ginseng)” 으로 표기 되어야 하고 (많은 분들이 진셍이 일본식 발음으로 알고 있으나 일본식 발음은 “닌징 (にんじん)”으로 중국식 발음에 의거한 “진셍”과 다릅니다)으로 표기되며, 두부 또한 일본식 발음인 “토후 (Tofu)”로 표기 되고 있는 것처럼, 동양의 문화에 관련된 특허는 이미 일본과 중국이 독차지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은 세계인들이 동양 하면 중국 혹은 일본을 연상하도록 세뇌되어있는 현실에서 우리를 나타낼만한 브랜드는 한참 부족한 실정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오히려 피해 야 할 부정적인 이미지는 당당히 우리가 대표주자로 등록 되어 있는것 또한 문제입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유럽국가인 스위스에서도 개고기를 먹는 데에도 불구하고 마치 개고기 먹는 나라 하면 오로지 Korea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원이 없어서 개발을 못하는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좋은 자원을 가지고서도 상품화하는 데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워싱턴DC의 사쿠라 축제, 사실 왕벚꽃의 원산지는 한국인데…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일본의 국화(國花)인 벚꽃 (사쿠라) 일겁니다. 벚꽃 문양이 화려하게 들어간 일본 전통 복장인 기모노를 비롯하여 각종 인테리어 및 디자인 재료로도 많이 쓰이고 있기에 벚꽃 하면 누구나 쉽게 일본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이 임무를 수행할 때 벚꽃 가지를 꽂았다고 할 정도니 일본의 상징이 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여러 가지 벚꽃의 종류에서도 특히 탐스러운 꽃잎을 자랑하는 왕벚꽃이 인기가 많아, 일본 내에는 물론 미국 워싱턴 DC에서도 왕벚꽃 철이 되면 Japanese Cherry Blossom Festival 혹은 Sakura Festival (Sakura Matsuri 라고도 홍보됨) 이 열립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워싱턴 DC의 벚꽃축제가 열리는 포토맥 강변을 찾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인기가 엄청 나다는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이 축제의 기원은 100년 전 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미국 24대 대통령인 윌리엄 태프트의 부인이 1907년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벚꽃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자 1912년 오자키 도쿄 시장이 3000여 그루의 벚나무를 워싱턴에 기증하며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놀랄만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이 왕벚꽃의 원산지가 바로 제주도라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산림청 임업 연구원은 일본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던 왕벚꽃나무에 대한 DNA분석을 벌인 결과, 제주 한라산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을 밝혀 낸바 있습니다. 그리고, 국립산림과학원의 김찬수 박사는 워싱턴을 2번이나 방문해 포토맥 강변의 왕벚꽃 샘플을 채취한 후 DNA 검사를 하여 수 차례 분석을 했는데, 역시 제주 왕벚꽃이 원산지임을 확인했습니다.
이 사례를 보고서 어떠한 생각이 드십니까? 원조가 어디임에는 전혀 상관없이, 좋은 것, 상품성이 있는 것이라면 닥치는데로 자기것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일본의 장사속에 또 한번 감탄할 수 밖에 없지요.
제주의 왕벚꽃이 일본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잡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포토맥 강변의 화려한 한국 왕벚꽃을 보고 돌아 오는 길에 시원한 냉면과 갈비를 먹으려는 마음이 들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일본을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에서도 통할 한국만의 특징 있는 제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널리 알리지 못한 우리의 안일한 자세가 문제인 것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습니다.
일본에는 사쿠라가 있다면, 한국을 상징하는 국화인 무궁화를 상품화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한국이 갖고 있는 보석의 원석들을 땅속에 묻혀있는 그대로 두고 사람들이 와서 그 가치를 알아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상품 가치가 있는 원석을 캐내어서 가공하고 예쁘게 포장하여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 소개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역사를 통해 일본이 우리를 침략 할 때마다 귀중한 문화재를 약탈해가고 기술 장인들을 일본으로 데려간 것이 우리 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방증입니다. 그리고, 일본에 벚꽃이 있다면 한국에는 무궁화가 있는데, 이를 상품화 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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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우물 안 개구리적인 시각으로 인해 세계로 뻗어 나갈 기회를 놓치는 것이고, 갖고 있는 것마저 다른 나라에게 빼앗겨 버리고 뒤늦게 후회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후발 주자로서 뒤늦게 추격에 나서고 있는 Korea는 시장을 선점한 일본과 중국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 성과는 너무도 지지부진 합니다.
도대체 이렇게 더딘 걸음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과연 Korea의 제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기 까지의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요소는 없을까요? Korea가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얻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소들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9/08/17 - [분류 전체보기] - "독도,톡도,독 아일랜드"가 "다케시마"에 힘 못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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