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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식당을 찾을때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듭니다. 처음 한식당을 찾는 친구들의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식을 홍보하려는 차원에서 그들을 자리에 앉히고 메뉴판을 펼치게 만드는데 성공을 해도, 또 하나의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바로 얼마전의 일입니다. 한식을 아직도 못 먹어본 친구가 있어 일단 한번 맛을 보여주려고 장소를 물색하던 차, 그 친구가 자신은 채식주의자라고 얘기를 해 주더군요. 마침 맨해튼 한인타운의 모 식당이 채식 전문 메뉴로 유명하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쾌재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 곳에는 영화배우 리차드 기어도 종종 찾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으로 향했지요. 이곳은 음식 판매를 위주로 하는 기존 한식당들과는 달리,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신경써서 준비해 놓았더군요. 입구의 쇠 문고리나, 내부도 우리 한옥집에서 볼 수 있는 그러한 디자인으로 구성해 놓았습니다. 항상 서양식 의자와 테이블에서 한식을 먹는것에 익숙해 있던 저에게, 그리고 외국인 친구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신선하고 또 반가운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모든것이 저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 업소가 한국 문화 홍보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라는 흐뭇한 생각을 하며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친구와 저는 미궁속으로 빠져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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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너무나 친절한 배려에서인지, 한국 음식의 고유 명사는 완전히 제거한 체, 영어로 의미적인 표기만을 적어놓아 마치 수수께끼집을 연상시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여러분도 한번 수수께끼 풀기에 동참해 보시겠습니까?

 

표기

의미

한국어로는?

Sily Tofu in Clay Pot

옹기에 담긴 부드러운 두부

 

Spicy Kimchi Mushroom Pancakes

매콤한 김치 버섯 팬케익

 

Wild Mountain Roots and Greens

야생 뿌리 및 채소

 

Vegetarian Stone Bowl Rice

베지테리안 돌사발

 

Mongolian Hot Pot

몽고식 스튜

 

Spicy Rice Cakes

매콤한 쌀 떡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종업원을 불러 이게 이건가요?”라고 대조 확인 작업을 펼치며 주문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친구에게 매콤한 쌀 떡을 시켜주고, 저는 육개장이 먹고싶어 육개장이 있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

 

, Mongolian Hot Pot 말씀하시는거죠?”라는 군요.

 

한식의 대표 주자 육개장이 몽고 음식으로 둔갑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이를 들은 외국인 친구가, “왜 한식당까지 와서 몽고 음식을 먹니?”라고 묻는데 참으로 난감하더군요.

여기서 몇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테이크 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한식당이 있습니다.

 

도시락 형태로 간편하게 포장된 한식에, 가격까지 저렴해서 한국 유학생들 및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서인지, 이곳에서도 역시나 철저히 메뉴를 현지화(?) 하여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잡채를 “Clear Noodle (투명 국수)”, 갈비는 쇠고기 부위를 지칭하는 "Beef Short Ribs"로, 그리고 떡볶이는 "Spicy Rice Pasta (매콤한 쌀 파스타)"라며 설명을 하더군요.

우리의 떡볶이가 이탈리아 파스타의 한 종류로 전락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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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외국 식당의 경우는 어떨까요? 인도 식당의 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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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자국 음식의 고유 명사를 그대로 유지 한 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태국 식당의 메뉴입니다. 역시나 자국 음식의 고유 명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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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일식집에 가보면 얼마나 많은 일본어를 알고 있는지 한번 자가 테스트를 해 보세요. 깜짝 놀랄겁니다. 오코노미야키, 우나기돈, 돈부리, 오도로, 쥬도로, 소바, 야키토리, 등등, 일식집에서 일본어를 모르면 무식한 것이고, 또 우리가 이태리 요리와 와인은 얼마나 공부까지 해가며 외웁니까? 브라께또 다뀌, 페라리 브륏, 티나지 듀갈봉골레 파스타, 브르수케타, 오소부코 등, 모르면 무식한 취급을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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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글을 통해 지적했듯, 고유명사의 브랜드화는 문화적 자긍심이나 정체성의 문제를 떠나서, 한국의 문화 상품을 판매하는 국가적으로도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과제입니다. 이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보았을때 시장 점유율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표를 살펴보시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제조사 제품명 설명문구
Samsung (삼성) Galaxy S (갤럭시 S) Android-based smart phone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Hyundai Motors (현대자동차) Genesis Coupe (제네시스 쿠페) RWD V6 Sports Car (후륜구동 6기통 엔진의 스포츠 카)
Sony (소니) Walkman (워크맨) Compact, portable personal CD player (개인 휴대용 소형 CD 재생기)

위를 보시면, 제조사에서 만드는 제품에 대해서는, 고유한 제품명이 있고, 이를 설명하는 설명 문구가 따로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음식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공업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곳에서 사용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방식인것을 모두 아실 것입니다.

음식은 어떨까요?
제조국 제품명 설명문구
France (프랑스) Champaign (샴페인) Sparkling Wine (탄산 성분이 있는 포도주)
Japan (일본) Soba (소바) Thin Japanese noodle made from buckwheat flour (일본식 메밀 국수)
Japan (일본) Okonomiyaki (오코노미야키)  Japanese savoury pancake (일본식 팬 케이크)
Italy (이탈리아) Lasagna (라자냐) Classic Italian pasta casserole (이탈리아식 전통 파스타 찜 요리)

다를것이 없습니다. 지극히 상식적이죠? 자,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한국의 문화 상품을 수출할때 어떠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비교해 보겠습니다.
 제조국  제품명  설명문구
Korea (한국)  ? Korean Style Hot Pepper Paste (한국식 매운 고추 소스)
Korea (한국)  ? Korean Rice Wine (한국식 쌀 곡주)
Korea (한국)  ? Cold Noodle (차가운 면)
Korea (한국)  ? Korean Style Beef and Salad Bowl (한국식 소고기와 샐러드 밥)
Korea (한국)  ? Ice Flakes (얼음 가루)

회사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때면, 당연하게 고유한 제품명 (브랜드명)을 먼저 만들고 이를 상표 등록한 후 마케팅을 통해 제품명의 인지도를 높여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하는 것또한 누구나 알 수 있을겁니다.

한국 음식, 먹긴 먹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이를 통해서 느끼셨겠지만, 막걸리를 포함해 현재 추진중인 한국 문화의 세계화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아주 기초적이고도 기본적인 사항들의 정비가 시급합니다. 수출 전용 매뉴얼을 만들어 모든 이들이 따를 수 있는 규칙을 만들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수출품들은 걸러낼수 있도록 하는 검증 시스템또한 구비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독일인 그라이너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음식을 알리는 데에는 그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식의 경우 ‘입소문마케팅’이 아직 부족하다고 한다. 그라이너씨는 이는 음식 이름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 온 게 두 번째라는 그는 동료나 친구가 한국 음식이 어땠는지 물어보면 맛있다고는 대답하지만,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비빔밥, 된장찌개 등은 음식 이름 대신 통째로 ‘한국 음식’으로 기억할 뿐이라고 했다." ("외국인이 한국 음식 잘 모르는 이유"
http://reporter.korea.kr/)

미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중인Jonathan Greener씨는,

"영어를 가르칠때 학생들이 ‘김치’를 영어로 뭐라고 하냐 물어보면 ‘Kimchi’라고 말해준다”

 라며 본 캠페인의 타당성에 공감했고, 미국인 Justin Barbaree씨는

“Good piece and good point. It's hard to get Korean culture across when they are selling "seaweed laver" and "bean curd stew", none of which sound too appetizing to the pronunciation-challenged foreigner (좋은 지적이다. “콩 덩어리 스튜”, “건조 해조류”와 같은 이름은 맛도 없이 들리고 한국 문화를 알리기에도 힘들다)

 라고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미국 출신의 Laura C. Rios씨 또한,

"Good article. In the States I find the generic dish names and descriptions on English menus so inscrutable I look for the names in Hangul instead. Korean name + good English description is the way to go. That's what I try to get my students to do here when describing things from their cultures. (일반적인 의미 표기법은 외국인에게 수수께끼와 같아서 오히려 한글 표기를 찾게 된다. 고유명사 표기와 영문 설명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라고 의견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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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우리의 막걸리를 수출하면서 "Maggeolli"가 아닌 "니고리 사케"라는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마저 존재하는 것을 상기해보면, 하루빨리 표기법 통일 및 정비 사업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막걸리를 팔아도, "니고리 사케"라는 타이틀을 걸고 판매하면, 결국에는 사케 시장을 확장 시켜주는 것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냉면을 Cold Noodle, 잡채를 Clear Noodle, 비빔밥을 Hot Stone Bowl로 팔고 있을때, 일본은 잰걸음으로 일식당에서 레멘, 쟈푸채, 비빈바로 브랜딩하며 한국의 음식을 자국화하며 팔고 있습니다.

막걸리 또한 마찬가지로, 우리가 막걸리를 "Rice Wine"이라고 팔때, 일본은 엄청난 수의 이자카야를 앞세워 "맛코리"로 브랜딩 하며 판매, 일본의 대표 술로 자리매김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식을 먹으러 일식당을 찾는 외국인들을 생각해 보면 어떤 기분인가요?

이를 통해서 보듯이,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이러한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 한식의 세계화는 허울좋은 공염불이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이와 관련되어 자료를 찾던중, 1995년 기사를 하나 찾았습니다.

"전통식품 영어 표기 통일 (경향신문 1995.01.11)

고추장 -> Korean Hot Pepper paste
식혜 -> Rice Nectar
돌김 -> Natural Laver

그동안 멋대로 쓰이던 김치 식혜 국수 약주 된장 고추장 등 전통식품의 영어 표기가 통일된다.
농림 수산부는 10일 전통식품을 세계시장에 제대로 소개하고 수출키위해 1백개 품목의 영어 표기방법을 통일, 이달부터 업계 및 관련 기관에서 활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표기방법에 따르면 김치류는 "Kimchi"로 통일하되 배추김치, 나박김치 등은 괄호로 묶어 "Cabbage Kimchi" "Watery Kimchi"등으로 써 김치 종류를 확인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고추장은 외국의 Hot sauce나 Chilli sauce와 구분하기 위해 "Korean Hot Pepper Paste"로 쓰고, 된장은 "Soy bean paste"로 표기하도록 했다.

식혜는 "Rice Nectar"로, 약주는 "Rice Wine"으로 정했다.

그동안 식혜와 약주를 모두 "Rice Wine"으로 사용해 혼동을 일으켰다."

16년이 지난 지금, 브랜딩에 대한 중요성은 모두가 아시리라 믿습니다.

식혜가 "Rice Nectar"가 아닌, "Shikye - Rice Nectar"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여름, 블로거 닉쑤님, 한류 열풍 사랑 카페 회원분들등과 함께 하며 펼쳤던 온라인 캠페인인 "고추장 프로젝트 (고유 명사 브랜드화 추진 장기 프로젝트)로 위와 같이 아시아나 항공과 청정원의 고추장에 "Gochujang"이라는 이름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2010/07/15 - [KBI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한국] 고유명사 브랜드화] - 고추장 고유명사 영문표기 요청, 아시아나의 답변은?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개선은 이루어 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다시 한번 정부 기관에 노력을 촉구하는 바 입니다.

국내에서는,

1) 한국 문화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 및 업체들이  농식품부와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준비한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법 의 표기법을 따르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와
2) 수정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브랜드 관리를 요구하고

해외에서는,

1)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하여 모여있는 한식당들을 상태로 메뉴 표기법의 실태 조사와
2) 이를 수정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칠 것을 요구합니다.

무엇보다 해외 한식당들의 영문 표기법 통일이 중요합니다.

이곳 맨해튼의 코리아타운에는 한식당들이 50여개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들 메뉴 샘플을 수집, 분석 후 새로이 수정 및 제작이 필요한 업소들에게는 제작 비용을 전액 지원해 주는 것 만으로 너무나도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한식당에서 한식을 먹은것인지 몽골 음식을 먹은것인지 기억도 못하고, 심지어 한식을 먹으려 일식당에 가는 외국인들이 생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습니다.

삼성이 갤럭시 탭을 미국 시장에서 "삼성 아이패드"라고 파는 것과, 막걸리를 "니고리 사케"라고 파는 것은 다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중국의 사이에서 Korea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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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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