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5일은 'International Ninja Day (국제 닌자의 날)' 이라고 합니다. 1999년에 Ninja Burger라는 패러디 웹사이트를 통해 탄생한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 기념일은에는, 닌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닌자처럼 분장을 하고 즐긴다는 컨셉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날들 중에 12월 5일이라는 날짜를 정하게 된 것은,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주인공인 탐 크루즈가 닌자와의 결전을 버렸던 날이 바로 이날 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발렌타인 데이나 할로윈처럼 메이저급 기념일에 견주기에는 극히 부족할 정도로 소수의 매니아층 사이에서 즐겨지고 있는 이벤트 이지만, 벌써 수십년 전부터 서구 문화에 스며든 일본 문화의 잠재력을 생각해보면 언젠가는 더 큰 규모의 이벤트로 성장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어렸을때 즐겨보던 닌자거북이... 아직도 미국인들의 사랑 받아
피자를 즐겨먹으며, 라파엘, 도나텔로,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라는 예술가들의 이름으로 적들을 무찌르던 초록색의 돌연변이 닌자 거북이들을 기억 하시나요? 그들의 활약상에 저 또한 어렸을때 흥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림체를 보시면 짐작하실 수 있었겠지만, 이 작품은 미국의 Mirage Studios에서 제작한 미국의 애니메이션 입니다. 이것이 갖고 있는 의미는 굉장히 큰데, 바로 일본의 문화를 뿌리로 하는 닌자라는 캐릭터가, 미국인들의 손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 되었다는 것입니다.
탐 크루즈가 열연했던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그랬듯, 이는 바로 일본의 문화가 미국의 문화에 효과적으로 침투, 세대가 지난 지금에 와서는 현지의 문화와 결합, 새로운 모습으로 그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수출한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손꼽는 것중에 꼭 드는 이 닌자 캐릭터는, 할로윈에도 변함없이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소프트파워 강대국 영국의 위엄
지난 4월 29일, 전 세계의 이목을 한데 모으며 세기의 결혼식을 치룬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신부인 케이트 미들턴의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이 결혼식은 전세계에서 무려 20억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고 하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이를 통해 전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영국의 전통/품격/애국 이라는 영국의 소프트 파워를 과시했다고 평했다고 합니다.
결혼식이 한참 지난 지금은 이 커플의 임신 소식으로 또 한번 서구 미디어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각종 뉴스에서 헤드라인으로 관련 기사를 내보내는 걸 보면 이곳이 과연 미국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일본, 중국에 비한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앞서 말씀드린 일본의 소프트 파워와 비근한 예로, 중국의 소프트 파워또한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중국을 소재로 한 외국의 영화들을 생각해 보면 어떤 작품들이 머리에 먼저 떠오르시나요? 얼마 전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쿵푸 팬더”를 기억 하실 겁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친근한 동물인 팬더 곰이 중국의 전통 무예인 쿵푸를 수련하여 악당을 물리치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적이고 즐거운 소재로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어 전세계인들이 중국식 의상과 건축물, 그리고 예절에 대해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쿵푸 팬더뿐만이 아니라, 이연걸이 등장하는 “미이라 3 – 황제의 무덤”에서는 기존의 배경인 이집트를 떠나 중국에서 주인공들의 활약이 펼쳐지는데, 진시황 시대를 모토로 한 캐릭터들과 만리장성 건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왕릉에서 출토된 토인형들을 통해 중국의 강대했던 고대사와 화려한 문화 유물들을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촬영되어 영화사상 처음으로 서유럽인의 시각에서 중국의 드라마를 그려낸 이탈리아-중국-영국 합작 영화 “마지막 황제”를 통해 세계인들은 자금성의 웅장한 모습과 화려한 궁중 생활에 대해서 경외감을 갖기에 충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화들은 중국인들의 자본과 인력을 통해 제작되어 수출된 작품이 아니라, 외국 영화 제작자들이 자발적으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여 중국의 팬더 곰과 쿵푸, 진시황, 그리고 자금성과 청나라 황제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여 중국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것인데, 이것은 그들이 중국과 중국의 문화에 대해서 상당한 호감과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소프트 파워는 어느 수준일까요? 이제는 경쟁사들을 멀리 추월해버린 한국 기업들의 첨단기술력과 아이돌 그룹과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는 K-Pop등을 손으로 꼽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분단 국가, 한국 전쟁"과 같은 어두운 시기의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우리를 대표하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합니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수많은 인재들이 이러한 효과를 배가 시킬 것이라는 점에 큰 기대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일본과 중국의 전통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심지어는 그들에 의해 재해석, 재탄생 되는 과정을 거치며 그 인지도를 높여, 문화 관광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제공하며 막대한 국부창출에 일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전통 문화는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품화가 미미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미국의 코리아타운과 리틀도쿄, 차이나타운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위대한 유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미진한 노력을 반성하고, 현대 문화와 전통 문화의 균형잡힌 상품 개발을 통해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부상해야 합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의 배우들이 헐리우드에서 일본의 닌자 캐릭터로 분하여 열연 하는 모습 보다, 우리의 전통 캐릭터로 분장한 외국인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박수치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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