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한국, 그들이 아는 Korea
(5) 정우성의 "기무치", 클린턴은 1993년에 일본에서 벌써 먹었다.
2009/08/17 - [세계에 한국을 알리자!] - (4) "독도,톡도,독 아일랜드"가 "다케시마"에 힘 못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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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배우 정우성씨가 일본의 티비 프로그램에서 김치를 "Kimchi(ee)"가 아닌 "Kimuchi"로 표기 한 것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벌써 이 전에도 논쟁의 주제가 되었던 김치와 기무치의 관계는, 단지 한국식과 일본식의 표기법상의 차이가 아니라, 사실은 우리의 것을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의 속셈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고, 우리의 것을 지키는데 소홀한 우리의 안일한 자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기도 합니다.
작은 한일전 – 김치/기무치 전쟁
불과 10여 년 전인 1997에 국제 식품 규격 위원회인 Codex 에서는 또 하나의 한일전이 벌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김치”의 규격화를 놓고 한국의 “김치”와 일본식 김치인 “기무치”가 대립했던 것인데요, 우리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기가 찰 일이지만 일본은 이것조차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일본의 “기무치’를 국제 표준으로 등록을 하려 했었습니다.
다행히도, 고추, 마늘, 파, 생강 등의 양념 배합 방식과 동태, 생 새우, 굴 등 해물, 그리고 젓갈을 넣고 숙성, 발효시키는 과정이 파프리카를 넣어 고추 색깔을 낸 일본 기무치와 전혀 다른 것임을 설명하여, 2001년부터 일본이 김치를 수출할 때 ‘Kimchi’로 표기하도록 하여 사실상 우리의 김치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 한 걸까요? 우리 또한 이 일이 있기 전에 김치를 규격화 하여 등록을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김치는 손맛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규격화는 힘들다며 묵살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일본은 1993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했을 당시에도 기무치를 일본음식으로 소개하고 대접하며 치밀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었지요. 이는 마치 지금도 무조건 독도를 일본 영토라 우기며 호시탐탐 빼앗아 갈 기회를 노리기 위해 철저히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모습과도 같지요. 전화위복이라 했던가요? 오히려 일본으로 인해서 우리 김치가 국제 규격으로 등록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우리가 벌써 했어야 하는 일을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허둥지둥 대처하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김치는 우리가 이겼지만, 벌써 일본은 김치를 제외한 다른 식품들의 국제 표준화에 박차를 가해 간장은 “shoyu”, 그리고 된장은 “miso”로 등록하는 계획이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단지 일본 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가 우리의 김치 조리법에 대한 특허를 보유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우리것을 지키는 방어의 목적을 넘어, 규격화의 필요성은 한국의 문화를 전파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데, 우리가 “손맛”에 집착하고 있는 만큼 한식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요리사들이 일본이나 중국 식당을 운영 하는 경우라던가 일식이나 중식을 토대로 하여 퓨전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외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라던가 한식을 토대로 하여 퓨전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거의 접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큰 원인 또한 기준이 되는 규격이 없어, 조리법의 비 표준화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의 음식에 비해서 표준화와 계량화가 되어있지 않고 애매모호한 기준인 “손맛”을 통해 조리 방식을 전달하는 이유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식 조리법을 배우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더 많은 외국인들이 다양한 종류의 한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어, 외국의 한식당은 교민들이나 유학생들 위주로 상대하는 영세형 식당들이 주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식은 한국인들의 손맛으로만 요리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요리”라는 폐쇄적인 마인드에서 벗어나, 한국 음식에 대한 자세한 조리법을 표준화하여 한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라면 누구나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여러 환경에서도 변형하여 즐길 수 있는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만 합니다. 그리하여, 한국 요리와 한국산 재료를 토대로 한 창의적인 요리들이 전세계 가정의 주방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지요. 현대 자동차가 개발한 독자적인 엔진 기술을 현대 자동차에만 장착하여 사용하기보다 세계의 자동차 회사들에 기술을 수출하여 로열티를 받으면서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얻는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정우성씨의 기무치 발언으로 시작해서, 보다 근본적인 논란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일련의 사례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모두들 느끼셨겠지만,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에는 많은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합니다. 우리의 것을 세계에 알리고, 일본과 같은 다른 나라가 빼앗아 가지 못하도록 굳건히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는 쉽게 해결 될 문제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대해 조금 더 신경쓰는게 어떨까요? 한국내에서 천대받는 우리의 문화가 외국인들에게는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이러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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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공감해요.. 일본 음식이나 문화는 일본어로도 다 아는데, 한국은 아닌게 참 아쉬워요. 규동은 그대로 gyu-don인데, 비빔밥은 mixed rice. 이건 좀 아니잖아요.
답글
일본어는 발음이 쉬워서 괜찮고 한국어는 영어표기로 써놓으면 너무 읽기 어렵다는게 이유라고 누가 그러던데, 사실 발음하기 편하게 쓰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지금 한국어 영어표기법은 영어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긴합니다. 대표도시인 서울. Seoul 어떻게 읽는지 제대로 아는 외국인 한번도 못봤어요. 외국인들이 제일 많이 물어본게 서울이랑 현대 어떻게 읽는거냐는거면 할 말 다했죠...;;; -
눈물이난다 2009.08.12 12:25
억울하고 분합니다... 항상 빼앗기기만 하는 한국과 틈만나면 빼앗아 가려고 하는 일본놈들........ 제발 우리나라 정신좀 차리길..
답글 -
MEREN 2009.08.12 12:30
조목조목 잘 짚어주셨네요.
답글
언젠가부터 간장이 소야소스로 자리잡힌걸 보고 참...
중국에서 판매되는 해외 수출용 두부까지도 토부를 쓰더군요.
하긴 대다수의 유학생들도 된장을 설명할때 '일본의 미소 비슷한거야' 라고 귀찮아서 대답을 하죠.
콩을 메주라는것으로 만들어서 발효시킨거라고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혹시나 나도 귀찮다는 이유로 이런 실수를 범했었나?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
그리고 한국어의 영어표기는 솔직히 너무 힘들긴 하죠.
일본어의 영어발음상 표기는 나름 어드벤테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위해 영어식 표현으로만 바꾸는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걸보면 뛰어난 문자인 한글을 전투력 만빵인 정치,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왜이렇게 쪽팔려 하는건지...
쩝... ;;-
안녕하세요 MEREN님,
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하는 마음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스스로 다른것에 빗대어 설명을 하는 우를 범하기가 쉽습니다.
표기법의 어려움 보다도 더욱 심각한것은 여러개의 각기 다른 표기법이 혼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비빔밥을 표기하는것만 해도 Bibimbop, Beebimbap 등 제각각 입니다. 브랜드의 통일또한 중요한 것이고요, 그리고 가장 먼저, 우리것을 쪽팔려 하는 그런 마음좀 고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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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냐 2009.08.12 12:40
공감 100번찍어주고 싶은 글입니다.
답글
이런글이 베스트에 가야지 "무슨 정우성논란 어이없다" 이런글이 베스트에 올라가 있는지;
김치 논란이 아니더라도 문화면에 쭉 걸려있었으면 하는 글이네요.
오랜만에 정말 좋은 기사 보고 갑니다. (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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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2009.08.12 14:32
수준 낮은 블로거의 기무치 논란 어이 없는 한국 문화라는 쓰레기 글을 보고 매우 불쾌해서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적어놓고 있던차에 이런 제대로 맥을 짚은 글을 만나니 답답함이 싹 가시는군요.
답글
우리 문화와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것은 우리 자신이지 다른 누군가가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건강한 정신을 가지신 분들이 대한민국에 많아지길 바라며, 좋은글에 대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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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rhyun@naver.com 2009.08.16 04:48
정녕 한국에 관심있는 외국인이라면 김치 한국꺼라는것을 압니다
답글
그냥 김치가 일본 기무치라는 생각 가지신 외국인들은 신경 안쓰면 되요.
우리보다 후진국 외국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나쁜쪽으로 되어 있음 개를 먹는다거나
항상 거칠다거나 우리가 일본보다 정이많은데도요 정이라는 개념도 우리나라 밖에 없는데 말이죠 관심이 없어서 모르고.. 우리 일제 감정기 시절을 안배우다 보니 항상 일본한테 거칠게 하니까 그런 쪽으로 보고
공부해서 오해가 너무 많네요 제발 부탁합니다 해외에 계신 동포여러분이나 유학가시분들 부끄러워 하지 마시고 부모님들은 한국 조상도 한국이니 제대로 소개 해주셨으면 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드림네임 2009.08.18 20:33
한국인들이 착각하는 것이 일본의 모든 문화는 한국이 전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원 주장을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한국의 문화는 모두 중국이 기원이네요.
답글
게다가 한국과 일본의 간장 된장은 만드는 방법이 다릅니다. 한국의 된장은 메주로 만듭니다. 하지만 일본의 된장은 보리, 쌀, 밀가루 등을 첨부 해서 단맛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한국의 공장에서 만들어서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는 된장은 모두 일본식으로 만든 된장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된장이 외국에서 miso로 불리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정말 기가 막히네요.-
드림네임님 안녕하세요? 답글이 늦었네요. 왜 이제서야 봤는지 모르곘습니다.
제 글을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문제의 요지는 기원과 원조가 아니라, 한국의 된장조차 Korean Miso로 불리워야 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꼬집고 있는겁니다.
님께서 얘기하시는 원조 이야기와 현지화 혹은 토착화 된 문화의 얘기는 다른 논점이니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 보도록 준비중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에 십분 공감하는게,
얼마전 반기문 총장이 중국 반씨의 23대손(자세히는 기억 안나지만) 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역사적 기록으로 보면 타당하지만 이미 벌써 한국인으로 산지 오래 되었으니 한국인이 당연하다 라는 우리의 입장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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