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ING KOREA 브랜딩 코리아

세계속에서 심각하게 저평가된 한국의 브랜드 가치,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라!

우리가 아는 한국, 그들이 아는 Korea

(1) 외국인들에게 Korea는 왜 "싸구려 브랜드"가 되었나?

retro! 2009. 8. 14. 12:48

Hyundai vs. Lexus – 다윗, 골리앗을 쓰러뜨리다!


“South Koreans have come a long way (장족의 발전을 이룬 한국인)”라니, 과연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사실, 미국 자동차 잡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000년 초반부터 심심치 않게 이 문장을 접했을 것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에 대해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시승 후기를 쓸 때면 약속이라도 한 듯 빼놓지 않고 약방의 감초처럼 단골로 등장시키는 이 문장 하나가, 한국산 자동차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이 이전과는 다르게 변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벌써 20여 년 전인 1986년, 세계최대의 미국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던 한국산 자동차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고 그들이 말하는 “장족의 발전” 을 이루게 되기까지 한국산 자동차는 어떠한 길을 거쳐서 이 먼 길을 오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한국산 자동차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변한 것일까요?

미국에서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잡지인 Motor Trend의 2007년 7월 판에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의 비교 시승기가 소개 되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현대자동차의 고급 SUV 모델인 베라크루즈와, 마찬가지로 렉서스의 고급 SUV 모델인 RX350 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소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 기획 기사에서, 베라크루즈가 RX350과 엎치락 뒤치락 하던 끝에 종합평가에서 RX350을 누르는 기염을 토하게 됩니다. *1*

Motor Trend 2007년 7월호의 표지와 종합 평가서


어쩌면 일발성의 기사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 기사는 사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겪었던 수 없는 고난과 좌절, 그리고 조롱과 멸시를 생각한다면, 기존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패러다임을 산산 조각으로 부숴버리는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당당한 경쟁자로 다시 일어서려 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굳건한 의지와 실력을 알리기 위해 이미 오래 전 쏘아 올렸던 신호탄이 이제서야 마침내 미국 주류 언론에 의해 공식적으로 포착되었음을 알리는 순간이기도 했던 것이지요.


엑셀의 돌풍 그리고 끝없는 추락


1986년 한국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엑셀 (국내 출시 명 “포니”)를 미국에 수출한 현대 자동차는 “단돈 $5,000 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차량”*2*  이라는 메시지를 앞세워 수출 첫해에 무려 16만 8천 882대의 차량을 판매하게 되는데, 이는 현대 자동차를 미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기업 중 첫해에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한 회사로 기록되게 하였습니다.*3* 

하지만 기쁨도 잠시, 우리의 엑셀은 그 후로 수많은 잔 고장과 각종 문제로 인하여 미국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어버리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현대 자동차는 “값싸기만 한 문제덩어리” 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하게 됩니다. 그 결과, “Hyundai” 라는 단어는 “low quality (저 품질)” 그리고 “하류층이 타는 자동차” 라는 또 다른 의미를 얻기도 합니다.*4* 

현대 자동차의 엑셀 광고 포스터. 일반 자동차의 평균 가격으로 2대의 엑셀을 장만할 수 있다고 선전하며 저렴한 가격을 부각시키고 있다



현대 자동차의 이미지가 얼마나 급격한 추락을 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Lost”에서 “Sun” 역할로 맹활약중인 여배우 김윤진씨가 게스트로 초대되기도 했던 미국의 인기 심야 토크쇼인 “Late Show with David Letterman”의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의 유명한 –이제는 고전이 되었지만- 조크 중에 현대 자동차에 관련 된 것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몇 개를 소개하자면 “현대 자동차를 80마일 이상으로 달리게 하는 방법은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것 뿐이다” 그리고 “우주에 나가있는 우주인들을 놀래 키는 방법은 바로 우주 왕복선의 조종석에 현대 로고를 붙이는 것이다” 라는 게 있었습니다.

1998년, 이에 발끈한 몬타나 주의 현대 자동차 세일즈맨인 Connor Ryan은 자신이 직접 흰색 티뷰론을 몰고 레터맨쇼가 녹화되는 뉴욕 맨하탄의 스튜디오까지 몇 주에 걸쳐서 항의성 방문을 하러 갔던 일도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결국 레터맨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 일화는 미국 미디어에게 항상 조롱의 대상이었던 한국 자동차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자인 제가 미국에 처음 온 때가 1997년 이었는데, 이것은 한국 자동차가 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도 많이 굴러다니겠지 라는 기대를 하고 왔었던 순수한 어린 마음에는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막상 도로에 나가보면 한국 자동차를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 보다 힘들었고, 그 당시 현대/기아 자동차를 합쳐서 미국시장 2%의 점유율을 차지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것은 그보다도 훨씬 낮은 것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서, 도로를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일제 자동차들 –토요타, 혼다, 마즈다, 미쓰비시, 닛싼등을 보면서 속으로 수도 없이 부럽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외출을 해서 한국 자동차 한대만 보아도 벅찬 감동에 박수까지 쳐보았을 정도이니 그 당시의 한국 자동차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짐작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대학생 시절 교수님들이 항상 고급자동차 브랜드로 벤츠를 칠판의 위쪽에 적어놓고, 그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반대 좌표인 저 품질 브랜드의 위치에 현대 자동차를 예로 들며 적어 넣을 때에는 홀로 굴욕을 참아내야만 했지요.


1999년 – America’s Best Warranty


정몽구 회장의 품질, 디자인, 제조, 리서치를 중심으로 한 집중 투자를 등에 업고 현대 자동차는 1999년,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제품들에 10년 10만 마일을 보증해주는 “America’s Best Warranty”를 파격적으로 선보입니다. 이는 당시의 일본이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3년 3만 마일 정도의 워런티를 제공했던 것을 감안해본다면 이것이 얼마나 획기적인 일이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자동차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이것이 미국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한 유일한 극약 처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현대 자동차가 가지고 있던 최악의 이미지들을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하류층이 타는 자동차-, -중고차로 팔 때는 헐값에 팔아야 하는 자동차-, 되돌리고자 하는 승부수 였던 것이지요. 이는 바로, 현대 자동차가 “우리는 이제 우리 제품의 품질에 자신이 있다!” 라고 포효 한 것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사실상 현대 자동차가 1986년의 엑셀 이후로 꾸준한 성장을 해오면서 품질 개선이 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번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 되어버린 이미지는 쉽게 바뀌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저 품질의 현대 자동차가 워런티만 늘린다고 품질이 바뀌는가?” 라는 식의 냉소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 당시의 자동차 전문 잡지의 한국 자동차 평가는 항상 이랬습니다. “86년의 엑셀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일본, 미국 차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정말이지 항상, 항상 그랬습니다. 한 발짝 한 발짝 세계 수준에 다가서려고 노력 했지만 언제나 번번히 그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었습니다.

2000년부터 시작된 거센 반격




그러다가 현대 자동차는 미국 시장 최초의 SUV 진출작인 싼타페의 2001년 데뷔를 필두로 뉴EF 쏘나타, 엘란트라 등과 함께 미국 시장 재 공략에 나섭니다. 늘어난 워런티로 품질에 대한 확실한 보증을 해주었기에 그에 관심을 갖고 한국 자동차를 접해본 사람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좋았고, 현대 자동차에 대한 호평이 입 소문을 타고 한국 차에 대한 인식을 서서히 바꾸어 갔습니다.

그 결과, 현대 자동차의 미국 판매량은 2000년 초부터 전년대비 매월 5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아까 소개한 “장족의 발전” 이라는 문구가 심심치 않게 등장을 하게 되지요. 실제로, 2004년에는 미국 J.D. Power 가 실시한 초기품질지수 (Initial Quality Study) 조사에서는, 차량 100대당 102개의 문제 발생률을 기록하며 일본의 혼다와 같은 성적을 기록했는데, 이것은 업체들 중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습니다.*5*  이에 힘입어 90년대 까지도 최악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현대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싸기만 한 차” 가 아닌, “값은 싸면서도 일본 차에 견주어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차”까지 바뀌게 됩니다. 과연 “장족의 발전” 이라고 칭해도 어색할 것이 없게 되었던 것이지요.


현대 자동차의 길을 걷고 있는 Korea 브랜드


앞서 소개한 현대 자동차에 관한 자동차 전문가들의 장밋빛 이야기와는 다르게,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은 조금 뒤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현대 자동차의 급속한 발전을 소비자들이 인식 하고 그에 대한 이미지를 수정해서 받아들이는 이른바 “업데이트 (정보 갱신)” 과정이 완료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대 자동차도 이 중간에 발생한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이어주려는 마케팅 프로그램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것이 자명한 이유는 바로, 제품이 아무리 질적으로 발전을 한들 소비자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언제나 구매 대상에서 밀려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2009년 미국의 시장 조사 전문 업체인 JD Power가 실시한 “상품성 및 디자인 만족도 조사(Automotive Performance, Execution, and Layout study)에서, 현대 자동차의 제네시스는 중형 프리미엄 세단 부문에서 재규어XF와 BMW5 시리즈, 아큐라, 렉서스 등을 제치고 최고의 차량으로 선정 되었지만, 브랜드의 종합적인 인지도 평가에서는 업계평균인 779점(1000점 만점 기준)에 못 미치는 763을 얻어, 37개의 그 중에서 29위를 기록하며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습니다. “The logo is there to tell you what the car is, not who you are (차에 붙어있는 로고는 그 차가 무엇인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지, 당신이 누구인지를 나타내지 않습니다)”라는 최근의 광고 메시지는, 제품의 품질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뒤떨어져 있는 현대 자동차의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가 1등을 차지한 것과 달리, 현대 자동차의 종합적인 브랜드 인지도는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 80년대 현대 자동차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의 머릿속과, 이미 한참 발전한 2000년대의 현실 속 현대 자동차의 이미지를 이어주는 이 연결고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작업이 제때에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비단 현대 자동차뿐만이 아닌 다른 어느 기업도 경쟁자들에게 떠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 자동차 직원도 아닌 필자가 왜 굳이 현대 자동차의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이는 바로, 현대 자동차가 미국에서 겪어온 굴곡 많은 모습이 바로 우리나라의 브랜드인 Korea가 겪고 있는 성장통과 너무나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대 자동차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브랜드인 Korea가 세계시장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어느 정도로 저 평가가 되어있고, 이로 인해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입는 손해가 얼마인지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세계시장에서 Korea라는 국가 브랜드의 위상이 어떠한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일 텐데,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먼저 한가지 상황을 떠올려 보시기를 바랍니다.

동일한 품질과 디자인, 게다가 가격까지 똑같다면?



넥타이가 필요한 당신은 백화점에서 두 회사의 제품을 접하게 됩니다. 똑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품질과 디자인, 게다가 가격까지 10만원으로 동일합니다. 왼쪽 손에 들고 있는 제품에는 선명하게 “Made in Italy” 가 인쇄되어 있고, 오른쪽 손에 들고 있는 제품에는 선명하게 “Made in China” 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동일한 가격의 동일한 품질, 당신은 어떠한 제품을 구입하겠습니까? 예외적인 몇몇의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는 이태리산 제품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선택 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중국산 제품에만 국한되는 사례는 아니지요. 세계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신나는 공연 “난타”의 제작자로도 유명한 송승환씨가 소개한 일례를 보면 우리도 그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백화점 중 하나로 손꼽히는 155년 전통의 영국 해로즈 백화점은 한때는 출입시 복장 규제가 있을 정도로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오랜 기간 동안 영국 왕실과 귀족들에게 물품을 공급하면서 백화점의 이미지는 명품화 되었는데, 바로 이곳에 한국의 기업인 LG 전자가 평면 TV를 입점 시키는 쾌거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제품에는 흥미를 보이면서도 “Made in Korea”가 새겨진 것을 보고 제품 구매를 꺼려하자, 백화점 측에서 이 “Made in Korea”를 빼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6*  자, 그렇다면 과연 이 “Made in Italy”의 마법은 무엇일까요? 과연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이태리산 넥타이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고 중국산 제품보다 선호하게 되는 걸까요? 반대로, “Made in Korea”에 씌워진 저주는 무엇일까요? 도대체 Italy의 무엇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Korea의 무엇이 그 지갑을 닫게 하는 걸까요?


원산지 효과와 Korea Discount


무거운 주제로 들어가기에 앞서서 머리도 식힐 겸 간단한 심리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옳고 틀린 대답은 없는 문제지만 머리에 바로 떠오르는 대로 답을 하셔야만 올바른 심리를 분석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1.    먼저 1부터 9까지의 수 가운데 하나를 고릅니다.
2.    그 수에 9를 곱하세요.
3.    그 결과에서 십의 자리와 일의 자리를 더합니다. (예를 들어 32가 나왔다면 십의 자리인 3과 일의 자리인 2를 더하면 3+2=5 가 되지요)
4.    3번에서 얻은 결과에서 5를 뺍니다.
5.    4번에서 얻은 숫자의 순서에 해당하는 알파벳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6이 나왔다면, A,B,C,D,E,F 여섯 번째인 F가 되겠죠.
6.    이제,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나라 이름을 생각합니다.
7.    그 나라의 두번째 글자로 시작되는 동물 이름을 생각합니다. (France 라면 두번째인 r로 시작하는 rabbit)
8.    그 동물의 색을 씁니다.

혹시 “리끼코 색회 크마덴”을 상상 하셨나요? (거꾸로 읽어 보세요)

우리가 외국인 친구를 만날 때 쉽게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사람의 출신 국가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얼른 대화의 주제로 만들고 그를 통해서 서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뉴욕에 사는 한국학생인 철수가 오늘 우연히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프랑스 친구인 “알랭”을 소개 받았다고 상상해 봅시다.

철수의 프랑스어가 유창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그 친구의 한국어가 유창한 것도 아닐 때 게다가 둘 다 영어실력이 충분치 못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대화를 시작하는 데에 있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해 아는 것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남자 아이라면 아마 축구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게다가 프랑스 하면 예술, 바로 아트 사커의 본고장 프랑스! 그렇다면 유명한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을 떠올리게 되는 거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가 지단 얘기를 꺼내자 몸짓 발짓을 써가며 프랑스 축구 자랑을 합니다. 그 반응에 신이 난 철수는 프랑스에 관한 아는 것 모두를 짜내어서 대화를 이어 나갑니다. 에펠 탑은 정말 그렇게 멋있니? 몽마르뜨 언덕은 영화에서처럼 그리 낭만적이니? 아참, 한국에는 이다도시라고 하는 아주 유명한 프랑스출신 방송인이 있단다. 그리고 나 샹송도 아주 좋아해. 언젠간 유럽에 놀러 가면 떼제베도 타보고 싶다!

한참 대화를 이어 나가다가 알랭이 프랑스 얘기만 하는 게 미안했는지 한국 얘기도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아참, 그런데 너는 South Korea에서 왔니? 아니면 North Korea에서 왔니? 예상외의 질문에 당황한 철수는 당연히 South Korea에서 왔다고 대답을 해줍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알랭, 아! 나 축구선수 알고 있어! Park 라고 하는 한국 선수가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지? 그 친구 정말 잘하더라고! 뿌듯한 마음에 다음엔 무슨 얘기가 나올까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알랭이 또 다시 생각에 잠깁니다.

가만있자, 한국… 한국… 뭐가 또 있더라? 아 맞다! 한국은 정말 위험하니? TV에서 보면 항상 북한에서 한국을 위협하고 기회만 나면 전쟁을 벌일 것 같이 보도해서 말이야. 아, 아니라고?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한국사람들은 모두 개고기를 먹니? 모두가 태권도 유단자라면서? 아참, 한국 하니까 또 하나 생각난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여자가 한국에 가서 영아 유기 사건으로 크게 보도가 되었다며? 이러한 질문을 접한 철수는 give and take의 상호주의가 깨어진 것 같은 불쾌함에 다시 밸런스를 맞추려 한국 자랑을 합니다.

알랭아, 한국 음식 먹어 봤니? 비빔밥 알아? 갈비는? 요즘 외국에서도 한국 음식이 웰빙 음식이라고 열풍이라던데 너희 나라 프랑스에서도 한국 음식이 인기가 많지? 라고 묻자 알랭은 얼굴이 붉어지며 대답합니다. 아니, 사실 나는 아시아 음식 중에는 일본 스시랑 중국요리를 좋아해. 아참, 태국 요리도 맵긴 하지만 참 좋아해. 그런데 아직 한국 요리는 접해보지 못했어. 내가 종종 보는 Food TV 에서도 본적이 별로 없고… 일본, 중국, 태국 요리는 참 많이 소개해 주던데 기회가 되면 한국 요리도 꼭 먹어 봐야겠다. 이름이 뭐라 그랬지? 말비? 탈비? 왠지 마음이 상한 철수는 가-알-비 라고 아주 천천히 되 읊어주며 다음 기회엔 꼭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약속을 합니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 한구석을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방금 소개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비록 허구의 상황을 담고 있다고는 하나, 해외 여행을 해보거나 외국인 친구를 사귀었을 때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왜 철수는 프랑스에 대해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고 칭찬도 해주는데, 알랭은 남한 북한도 구별을 못하고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만 하는 걸까요? 알랭이 한국에 대해서 특별히 적개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You are what you eat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식단 조절에도 세세한 신경을 씁니다. 그 중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문구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You are what you eat” 이라는 표현인데, 거칠게 해석하자면 바로 “당신은 무엇을 먹는가에 따라 (몸매가)결정된다” 혹은 "건강은 먹기 나름"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한국 속담에 있는 “뿌린 데로 거둔다” 또한 비슷한 맥락이겠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친구 알랭 또한 너무나 솔직하게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한국에 관한 것을 말한 것뿐입니다. “You are what you eat” 처럼, 알랭에게 Korea란 자기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의 결과물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TV에서 수 없는 나오는 김정일과 핵 위협 이야기 때문에 Korea를 생각하면 김정일이 떠오르고, 이로 인해 한국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지요. 엎친 데 덮친 격이라 몇 년 전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도 같이 났고요. 하지만 다행히도 축구를 좋아하는 알랭은 박지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던 덕분에 Korea를 생각하면 박지성도 떠올릴 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 중에 태권도를 잘하는 한국인도 생각나니 태권도에 대한 생각도 덩달아 났던 것이지요. 아쉽게도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에는 알랭도 너무 어렸어서 인지 그 멋졌던 장면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질 못한것 같습니다.

다음날, 또 다른 모임 자리에서 철수는 말레이시아 출신 여자 아이인 닝을 소개 받게 됩니다. 닝은 철수가 한국에서 왔다고 밝히자 약간 어눌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며 슈퍼 주니어 얘기부터 꺼냅니다. 그러다가는 또 동방신기 얘기를 하고 얼마 전에는 비의 공연을 보러 직접 콘서트 장에도 다녀 왔다는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얘기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쓰는 핸드폰은 삼성 애니콜인데, 이효리가 선전한 이 제품이 말레이시아에서도 히트를 쳤는데, 자기가 이효리 팬이라서 비싼 돈을 주고서 이 모델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얼마 전 방영되었던 대장금의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 음식 예찬을 합니다. 요즘 다이어트를 하기 때문에 비빔밥으로 체중 관리를 한다고 귀띔을 해주네요. 그런데 사실 자기는 한국의 떡볶이가 가장 입맛에 맞는 것 같다고 합니다. 혀를 내밀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시늉을 하면서 약간은 맵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지만요. 한참 한국 연예인과 드라마에 대한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다가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한 철수는 말레이시아에 대한 얘기도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하려 하니 머리에 떠오르는 게 그다지 많지가 않았습니다.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얼마 전 뉴스에서 한인 동포가 납치 되었다는 데가 말레이시아였는데… 필리핀 이었던가? 아니, 말레이시아 하면 여름에 항상 홍수 피해가 큰 곳이 아닌가? 얼마 전 폭탄 테러가 있었던 곳이 발리였지? 발리가 어디더라… 인도네시아 였구나… 그럼 발리는 아니고… 아참,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라고 했지? 그럼 이슬람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철수는 이슬람에 관해 얘기를 조금 하다가 이내 소재가 떨어지자 다시 한국 연예인 얘기로 화제를 돌립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철수는 그 전날 알랭과의 대화와 닝과의 대화를 통해 알랭과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말레이시아 친구 닝에게 좀더 친근하게 대해주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들고, 한편으로는 알랭의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철수가 한국에 있을 때 TV에서 말레이시아에 관해서 무엇을 주로 보았고 무엇에 관해 들었는지가 철수의 머릿속에 말레이시아에 관한 이미지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프랑스를 생각할 땐 이것저것 여러 가지 기억이 쉽게 떠올랐는데 왜 말레이시아를 생각할 땐 잘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레이시아에 관한 좋은 얘기가 여러 가지 생각이 날것도 같은데… 답답한 마음에 철수는 또 씁쓸한 마음으로 집을 향합니다.

하지만 사실 철수가 그렇게 풀 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철수가 겪은 경험을 우리들도 무의식 중에 한 적이 있었을 테니까요. 미국 문화에 길들여진 우리들은 괜히 길거리를 지나다 어눌하게 한국말을 하는 밝은 피부의 백인을 보면 얼마 전 본 헐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왠지 멋지다 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기도 했을 겁니다. 반대로, 똑같이 길거리에서 어눌하게 한국말을 하는 어두운 피부의 아랍인을 보고서는 얼마 전 TV에서 접한 테러리스트 뉴스를 떠올리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단지 출신 국가가 어디인가에 따라 멀쩡한 사람에 대해 머릿속에서 스스로 플러스 점수를 주기도 하고 제멋대로 점수를 깎기도 하며 차별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같은 흑인이라도 미국 출신 흑인과 아프리카 출신 흑인에게는 대하는 태도가 판이하게 다른 경험을 했다는 사례를 통해서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국가 이미지의 후광 효과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비즈니스 세계로 무대를 옮기면 “원산지 효과(Country-of-origin effects)”로 변하게 됩니다. 이는, 제조국 (브랜드)의 이미지가 제품에 대한 의식과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초콜릿은 벨기에, 맥주는 독일, 전자 제품은 일본을 떠올리듯, 소비자의 머리속에 상주하는 일종의 편견이라고 설명할 수가 있습니다. 브랜드에 연결되어 있는 이미지들 중 어떠한 것이 쉽게 떠오르는지의 여부 (가용성)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중요하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특정한 정보를 얼마나 자주, 기억에 남는 방법으로 접했느냐 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특정 브랜드 에 관련된 기억에 남는 정보를 반복해서 접하게 된다면 이 정보는 머릿속 기억창고에서 인출하는데 더욱 쉬운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 “덴마크 회색 코끼리”가 어떻게 떠올랐는지 알 수 있겠지요? D를 생각하면 쉽게 생각나는 나라는 우리가 어려서부터 주입식 교육으로 외웠던 정보인 Denmark 가 쉽게 떠오르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E를 생각하면 Elephant, 마지막으로 코끼리 하면 생각나는 회색 때문에 우리는 “덴마크 회색 코끼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었던 겁니다. (물론 다른 나라와 다른 색의 동물을 떠올렸어도 심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답니다.)

귀여운 덴마크의 회색 코끼리



그렇다면 과연 브랜드란 무엇이며 브랜드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브랜드란 “제품이나 제조회사와 연계되어 있는 이름이나 상표”를 의미합니다. *7*  하지만 Batey에 따르면, 마케터의 입장에서 브랜드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약속 혹은 계약”을 의미하고, 반대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브랜드란, “”마음속에 존재하는 종합적인 지각과 기대감”이라고 정의했습니다.*8* 

이 “마음속에 존재하는 종합적인 지각과 기대감”은 어떻게 생길까요? 1969년 Collins와 Quillan은 “연상 네트워크 모델”을 통해 두뇌 속의 각각의 개념 (이미지 조각)은 “노드 (개념의 표현)”를 형성하고 있으며, 각각의 노드는 체계적으로 결합된 링크(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이들은 인간의 기억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Collins 와 Quillian 의 연상 네트워크 모델



더 나아가 1975년 Collins와 Loftus는 “활성화 확장 모델”을 통해 의미의 연관성이 있는 개념들이 서로를 활성화 시키는 현상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표 참조) 그리고 1996년 Shacter는 engram(기억 흔적) 개념을 통해, 우리의 일상은 시각적,청각적, 행동적, 그리고 언어적 경험으로 이루어지며. 두뇌의 각기 다른 부분이 이들을 분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후에 각 부위를 담당하는 신경 세포들이 서로 더욱 강력하게 연결이 되고, 이러한 새로운 연결 과정을 통해 기억 흔적이 생성된다는 것이지요.*9*  종합적으로 이러한 이미지 조각들, 혹은 기억의 흔적들간의 연결이 –그것들이 긍정적인 제품의 경험이던 부정적인 서비스의 경험이던- 브랜드 이미지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한 국가를 떠올렸을 때 자동적으로 의식의 영역에 떠오르는 이미지 조각들이 그 국가에 대한 이미지를 좌우 하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일 그 국가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도움이 될만한 조각들이 떠올려진다면 그 국가 브랜드는 그렇지 못한 국가 브랜드에 대해서 비교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론적으로는, 똑같은 품질과 가격의 제품인 A와 B를 저울질 한다면 그 무게는 동일하기에 구매자는 A와 B사이 에서 쉽게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며, 결정을 한다 하더라도 균등한 비율로 구입을 하리라고 예측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때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명품 구두, 디자이너 수트, 패션 유행의 중심지 밀라노…… 바로 이태리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 조각들이 저울의 한 축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무게 중심은 이태리 제품 쪽으로 기울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득이 되는 요소들로 인해 이 브랜드는 강한 브랜드 파워를 뽐내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 짐으로 해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또한 높아지고 고급품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 이를 일컬어 브랜드 “프리미엄” 이라고 칭합니다.

반대로, 중국산 제품을 접하는 소비자는 불량식품, 짝퉁, 공산주의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쉽게 떠오르게 되고, 이는 저울의 반대 축의 무게를 줄어들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약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되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저급품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을 바로 브랜드 “디스카운”트 라고 칭합니다.

이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 현상을 극명히 보여주는 실례로, 3만 원짜리 중국산 저가 안경태가 일본산으로 둔갑해 무려 9배의 가격을 받고 27만원에 팔렸다는 기사가 있었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BMW나 Sony같은 기업들이 각각 독일 기업임을 강조하여 “독일의 기술력”이나 “일본의 창의력”과 같은 각국 이미지의 후광 효과를 최대한 입으려는 것에 비해 해외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들이 굳이 한국 기업임을 내세우지 않는 광고 전략을 쓰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이를 실생활의 예로 들어본다면, 상류층 명문 귀족 가정 출신으로 주류사회에 진출한 A군은 자신의 출신 환경을 내세워 그 후광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는데 비해, 하류층 가문 출신으로 주류사회에 서게 된 B군은, 자신의 이미지를 최대한 자신의 가문에서 분리 시키려고 할 겁니다. 물론, 사람들이 자신이 명문 귀족 가정 출신으로 잘못 알아 준다면 오히려 아무 말 하지 않고 그 후광 효과를 누리겠지요.

같은 맥락으로, 몇 년 전 국내외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논란에 대해 기억하실 겁니다. 한국 과학계 인사들은 황교수의 논문을 실었던 네이쳐지가 이 사건의 여파로 인해 다른 한국 과학자들이 제출하는 논문들마저 더욱 깐깐한 심사와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는 “황우석 디스카운트”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 우려한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바로 이전에는 이와 정 반대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한 성과 덕분에 한국 과학계는 “황우석 프리미엄”을 즐겼던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정작 제품의 실제 품질 보다는 그 제품이 어디에서 제작되었는가, 그렇다면 그 제품이 제작된 국가의 이미지가 어떠한지에 따라서 소비자의 구매 의사는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 대통령 산하 직속 기관인 국가 브랜드 위원회의 어윤대 위원장은, 세계경제규모 10위권의 한국의 국가 브랜드 순위가 OECD 회원국 중 꼴찌 권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하였습니다. 바로 이 “Korea discount”로 인해 한국산 제품은 기타 선진국 국가들에 비해서 30%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그 심각성을 전했으며, 이는 기업의 이미지가 국가의 이미지보다 빨리 상승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10*  부연 설명을 하자면, 한국 기업에서 아무리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동급의 선진국 제품과 나란히 놓이게 될 때에는 그 제품들에 비해 70% 정도의 가격으로 팔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추어 팔려 해도, 반덤핑 과세로 인해 벌금을 물게 되어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직접적인 예로, 한국에 관한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북한, 핵무기, 김정일과 같이 안보와 관련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이로 인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개념은, 앞서 얘기한 현대 자동차의 저평가된 브랜드가치를 설명하는 데에도 적용이 되는데,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브랜드와 관련된 부정적인 이미지라는 것을 기억 하실 겁니다. 미디어에서 희화화 되었던 현대 자동차와 품질 문제, 그리고 입 소문에 의해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현대 자동차라는 브랜드를 접했을 때 활성화되며 구매 의사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현대 자동차의 아반떼가 상대적으로 정교하고 잔 고장이 없는 이미지의 토요타 자동차의 코롤라와 경쟁을 할 때, 동일한 품질이 입증이 되어 똑같은 가격인 $13,000에 판매를 하더라도, 저평가된 브랜드 가치 때문에 구매자의 이탈을 막고자 가격을 낮추어 경쟁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앞서 현대 자동차의 사례를 보면서 “현대 자동차 디스카운트”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이와 똑같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Korea 브랜드를 따라다니는 “Korea discount”의 원인을 추적 해봐야 합니다. 한국산 제품을 평가 절하 시키게 만드는 이미지 조각들은 과연 어떤 것들이고, 그 조각들은 도대체 어떻게 연결되어 있기에 Made in Korea를 외면하게 만드는 걸까요?

2009/08/15 - [세계에 한국을 알리자!] - (2)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은 아직도 "문화 식민지"


에서 이어집니다.

-----------------------------------------------------------------------------------------------------
  1. Motor Trend, July 2007. “Hyundai Veracruz vs. Lexus RX350” 에서 비교시승기를 작성한 Matt Stone은 베라크루즈가 RX350에 비해 $10,000이 저렴한 것에 후한 점수를 주었지만, 예전의 현대자동차가 단지 “저렴한 가격”에만 매력이 있었던것에 비해 베라크루즈는 “가격차를 고려하지 않아도 RX350 보다훨씬 실속있는 구매” 라 말하며 여러 측면에서 RX350과 동등 혹은 높게 평가했다. [본문으로]
  2. Brandweek.com April, 2009 “Hyundai’s Moment” Janet Stilson에 따르면, 그 해에 미국은 불경기로 접어드는 시기였고, 이로인해 저렴한 가격의 엑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본문으로]
  3. http://www.wikipedia.org/wiki/Hyundai_Motor_Company [본문으로]
  4. 아직도 미국의 속어 사전인 urbandictionary.com 에서는 “Hyundai”를 “혼다 자동차의 싸구려 모조품” 정도로 소개되어 있다 [본문으로]
  5. http://en.wikipedia.org/wiki/Hyundai_Motor_Company [본문으로]
  6. 난타”하나로 세계를 난타한 “문화 CEO” http://www.hufs.or.kr/webzine/104/sub_hceo_01.htm [본문으로]
  7.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Fourth Edition. 2004 [본문으로]
  8. Mark Batey, Brand Meaning P.4 [본문으로]
  9. Searching for Memory Daniel Shachter 1996 p.59 [본문으로]
  10. EBS CEO 특강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