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l! 그 게이샤 의상 너무 아름다워요"
"Amazing! 저도 기모노 입어보고 싶어요!"
이미 예전부터 자국의 문화를 상품화하고 개발하는데 발빠른 걸음을 해 온 일본과 중국의 노력 덕에, 미국 시내 여느곳의 할로윈 의상 상점에서는 기모노, 닌자, 게이샤, 사무라이는 물론, 강시, 이소룡, 중국의 팬더곰등의 캐릭터를 손쉽게 구입하고 할로윈을 즐기는 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오직 "김정일"뿐...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김정일 코스튬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없는 현실에서,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도 특색 없고 존재감이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수 있지요.
할리우드로 야심차게 진출한 이병헌, 정지훈, 장동건이 닌자와 사무라이가 되어야 했던 것, 이로인해 많은 한국인들이 아쉬움 섞인 한탄을 해야 했던 것. 미국 드라마 "Lost"에 한국의 모습이 왜곡되고 허술하게 나와 제작진과 입씨름을 해가며 한국의 제대로 된 모습을 그리고자 했던 김윤진등... 우리가 아는 한국의 모습과, 그들이 아는 Korea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게다가, 한국의 문화를 개발하고 상품화 하기도 늦은 이 시점에, 한국의 유수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검증된 캐릭터", 그리고 "돈이 되는 캐릭터"인 일본과 중국의 캐릭터들을 앞다투어 개발하며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데 급급한 실정입니다.
아무리 한국의 캐릭터 회사가 일본과 중국의 캐릭터들을 만들어 세계에서 떼돈을 벌어 들인들, 궁극적으로 이는 일본과 중국의 문화 산업을 배불리는 근시안적인 행태이며, 이러한 인식이 우리사이에 팽배한 상태로 지속된다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문화는 어느샌가 자취를 감춰 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거리에 사방을 뒤덮고 있는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 이곳에 "맛코리"를 먹으러 가야만하는 참담한 현실이 마음이 아픕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에, 생각만 하고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안된다는 사명감에, "문화 캐릭터 박람회"인 할로윈 퍼레이드에 한국팀을 만들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다국적 외국인들과 함께 만든 35명의 한국팀... 한국에 대한 선입견에 맞서기에는 역부족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날아와 뉴욕의 UN본부에서 인턴을 하는 외국인 친구들을 주축으로, 35명에 달하는 대형 한국 캐릭터 팀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귀신들인 처녀귀신과 저승사자에 맞서 고구려 장수들과 조선의 수문장들이 왕족들을 지켜낸다는 설정으로 진행된 저희 퍼레이드는 그렇게 힘차게 발을 내딛었습니다.
길 양쪽으로 엄청난 관람객 인파가 몰려들었고, 너나할것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같이 사진을 찍기를 요청하는 그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며 행진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감탄의 목소리에 오히려 저희는 힘이 빠질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기모노 정말 멋진데요?"
"게이샤 의상 끝내줍니다!"
"사무라이 코스튬 최고입니다!"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처음 몇명에게는 기죽지 않고 외국 친구들과 함께
"이건, 기모노가 아니라 한복이라구요!"
"저희는 사무라이가 아니라 고구려 무사입니다"
라고 설명을 하다가,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해 볼수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지요.
일본과 중국의 그늘에 가려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 앞에, 35명이라는 저희의 힘으로 맞서 싸우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벌써 본 이벤트 기획 단계부터 예상하고 있던 반응이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바꾸고 바로잡기 위해 용기를 내서 나온것이고요.
사무라이, 닌자, 게이샤로 불리는게 자존심이 상하고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테니까요.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홈페이지로 유도하는 작전 개시
느끼셨겠지만, 저희가 일일이 한사람 한사람에게 "이것은 기모노가 아니라 한복이오" "나는 고구려 무사라오"라고 말해주며 바로잡으려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파티를 즐기러 온 그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본 행사에 참가하는 캐릭터들을 설명하는 홈페이지 (www.facebook.com/IFNOK2010)을 미리 준비해 놓았고, 1,000장의 미니 유인물을 나누어 주면서 방문을 유도, 이곳에서 자신들과 찍은 사진을 구경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루어 지도록 한것이지요.
이를 통해서, 준비된 페이지를 방문해서 사진을 구경하러 온 관람객들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보다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것입니다.
"아! 처녀귀신이라는게 이런 거였구나?"
"한국에는 저승사자라는게 있네, 재밌다"
"내가 사진을 찍은게 일본 사무라이가 아니라 고구려라는 나라의 무사였구나"
"세 발 달린 저 새가 Samjogo라는거구나! 나도 다음에 저걸 넣어서 스티커 한번 만들어 봐야지"
"경복궁을 지키는 수문장들 정말 멋진데? 한국에 가서 직접 보고싶다!"
이를 위해서, 해당 페이지에 영문 고구려 사이트인
과 한국 관광공사 영문 사이트인
을 소개하여 직접적인 한국 방문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또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이미지 공유 사이트인 'Flickr"에 어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이 사진들을 "사무라이"가아닌 한국의 "Koguryo Musa"로 설명하면서 그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지요. 저승사자, 처녀귀신, 수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사이트에 한국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잔뜩 올려 홍보-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방법입니다.
20 kg 갑옷보다 더 무거웠던 것은, 우리 세대에서 이뤄내야 하는 "문화 독립"이라는 숙명의 무게
하루종일 20 kg에 달하는 갑옷을 입고 행진을 하며, 홍보 자료를 나눠주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갑옷이 무거워서,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아직도 문화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과,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나섰던 많은 사람들을 보며, 우리 세대에서 반드시 이뤄내야하는 "문화 독립'이라는 숙명이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뉴욕한인회에서 자신들도 빠듯한 재정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본 이벤트의 취지에 감명하여 15벌에 달하는 조선시대 수문장의상을 무상으로 대여,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 받은 것 외에는 그 어떤 곳으로부터도 (Daum과 한열사를 비롯한 네티즌 분들은 물론 이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이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대한민국은 문화 자주국입니다.
불과 100여년전, 우리의 이름을 빼앗기고, 우리의 영토를 빼앗기며 우리의 문화까지 말살당할뻔 했습니다.
21세기 총칼없는 문화 전쟁에서 우리는 벌써 일본과 중국의 공세에 밀려 우리의 문화가 없어질 위기까지 처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제 그 심각함을 느끼고 총과 칼을 집어 들어야만 합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의 기적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문화자원이 있습니다.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습니까?
작년 할로윈에, 곱게 차려입은 한복을 입고 지나가는 한인 여학생을 본 또 다른 한국인 학생이 "쪽팔리게 왠 한복이야"라며 핀잔을 주는 것을 보고 저희는 갑옷과, 한복과, 처녀귀신과 저승사자 의상과, 수문장이 되었습니다.
본 행사에 참가한 절반 이상이 전세계 방방고곡에서 온 UN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외국인 친구들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외교관이 되고 정치인이 되었을때,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과 기억을 갖고 그 자리에 올랐을때, 우리는 이러한 "친한파" 네트워크를 통한 엄청난 국가적 자산을 얻게 되는것입니다.
그중 한 외국인 여자 참가자가 했던 한마디가 바로 우리의 문제점을 너무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복이라는 의상을 입게되서 너무 행복하다. 기모노는 알지만 한국 사람들이 한복을 입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이런 훌륭한 의상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지난 여름내내 한국에서 일을하며 지냈던 외국인 참가자의 말입니다. 한국에서조차 한복을 보지 못하고, 이제서야 우연한 기회에 한복을 접하게 된 것. 아이러니하고 부끄럽지 않습니까?
살아 있으면서도 영혼이 없는 귀신처럼 이곳 저곳을 떠도는 것...
한국인임에도 한국인으로 살지 못하는 것, 정체성이 없어 일본인양 중국인인양 이곳 저곳을 떠돌아야 하는 것...
이것보다 더 끔찍한게 어디 있겠습니까?
P.S: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더 자세한 후기를 통해 인사드리겠습니다.
본 행사에 관한 내용이 SBS, MBC, KBS 뉴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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