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권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한식세계화의 열풍이 점차 사그라들며, 정부 주도하의 프로젝트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시각을 벗어나서 생각해 본다면, 천문학적 규모의 세계 외식 시장에 뒤늦게나마 발을 들여 놓게 되는 시발점 역할을 했다는 데에는 높은 점수를 주어야만 할 것입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미지 메이킹 노력이 성과를 거두어 이미 이미 세계의 내로라하는 유명 호텔, 국제공항과 같은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이제는 이탈리아, 프랑스등 세계 최고의 유명 쉐프들이 앞을 다투어 일식을 주제로 한 자신들만의 요리를 멋들어지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널리 퍼진, 말 그래도 ‘세계화’가 된 일식의 위상을 상기해 보면, 단지 끼니를 때우기 위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으로서의 한식이 아닌, 음식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멋을 함께 상품화 하고자 했던 노력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초기에는 한인 동포, 유학생, 주재원등을 주 대상으로 생겨났던 해외의 한식당들이, 이제는 자리자리마다 현지인들과 다양한 인종의 손님들이 앉아 한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영세 업자들이 해왔던 노력과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성황리에 영업중인 해외의 한식당을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지극히 한국적인 이름의 한식당이, Korean and Japanese Restaurant이라는 뭔가 어색한 간판을 걸고 있는 곳이 참으로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겉은 한식당이지만 실제 내부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스시 바가 있는 곳이 많고, 일부 한식당들의 메뉴에는 일식 메뉴가 한식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식당에 들어와 스시 셋트를 주문해 젓가락질을 하는 현지인들이 심심차 않게 눈에 띕니다.
이것은, 아직 현지인 사이에서는 널리 퍼지지 않은 한식의 인지도와, 이로 인해 비즈니스의 수익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말해, 한식당 하나만 취급하기보다는 인지도가 월등히 높고 인기가 많은 일식을 함께 제공 함으로서 한식의 부족함을 보완 하겠다는 의도인 것입니다.
1990년대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현대자동차가 딜러망을 쉽게 확보하지 못해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딜러쉽에 세를 들어 차량을 판매하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 당시에는 일본차들에 비해 인지도와 선입견으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자동차가, 계속된 품질 향상과 현지화 전략으로 결국엔 미국의 10대 자동차 메이커로 등극한 것에서 우리의 한식또한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현대자동차만을 취급하는 대형 딜러쉽들이 쉽게 보이듯, 세계인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한국 음식을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일식과 중식당들이 하나 둘 씩 생겨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세계 외식 시장에서 당당한 강자로 자리매김 하게 될 한식의 미래를 꿈꾸며,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의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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