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0월 28일 저녁, 죤스 홉킨스 대학에서는 “Colorful China”라고 하는 공연이 열렸는데, 미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유인 즉슨, 중국내 소수 민족의 문화를 보여준다는 주제로 펼쳐진 총 90분의 공연 가운데 5분 가량이 한국의 전통 문화에 관한 것이었기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 문화를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라고 소개를 하며 기생들의 옷과 춤, 전통 한복, 가야금, 아리랑,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 등이 공연에 포함, 공연하여 관람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공연이 중국민족박물관과 중국 영사관 등 중국 정부 단체에 의해 주최된 것을 볼 때 상당히 오래전부터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해 온 행사임을 알 수가 잇었는데요, 함께 배부되는 공연 책자도 중국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공연 외에도, 한글을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로 소개하는 "하나의 꿈 하나의 세계"라는 한글 서예 사진을 담고 있었으며, 널뛰기와 고추 말리기 등의 한국 전통 문화 사진이 책자에 실려 있었습니다.
해당 공연은 원래 WAE (World Artists Experiences) 라는 미국 단체에서 초청한 것으로, 이 단체는 풀뿌리 단계에서의 국제적인 예술 교류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홉킨스 뿐만 아니라 주변의 학교 등에서 여러번의 무료 공연을 하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공연이 작년에는 프랑스 Sarkozy 대통령 앞에서 공연되었고, 죤스 홉킨스 교내 신문에 의하면 이 공연은 UNESCO에서 공인 받은 공연이고, 학교 웹사이트의 소개에 의하면 UNESCO의 구전무형문화유산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한국 유학생들은 공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번 사건이 죤스 홉킨스 대학 에서 발생했다고 하나, 이는 단지 죤스 홉킨스 대학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유학생들은 물론이고 전세계 한인들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뿌리채 흔드는 실로 중대한 사건이라고 여기고 있기때문입니다.
21세기는 영토전쟁이 아닌 정신을 침략하는 "문화 전쟁"... 맞서싸울 총칼 없는 한국
모두들 알고 계시겠지만, 21세기는 영토의 전쟁이 아닌, 우리의 정신을 잠식하는 총성없는 전쟁인 “문화 전쟁”의 장입니다.
이러한 문화의 전쟁에 중국과 일본은 벌써부터 그들의 칼 날을 세우고 우리의 문화를 침범하여 상당부분 우리의 모습을 잠식해 왔습니다.
고구려의 역사를 자국화 하려는 동북공정, 최근 문제가 되었던 한글 공정, 그리고 한국의 아리랑, 한복, 한글을 통째로 자국화 하려는 Colorful China 사건을 통해 중국이 그동안 얼마나 치밀하게 우리의 문화를 송두리째 침탈하려는 계획을 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서도 배우는 것이지만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지 못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정신을 차리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금 죤스 홉킨스 대학 학우 여러분들의 경우와 같이 민초의 힘으로 맞서 싸워 이겨내는) 경우가 문화 전쟁의 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데 대해 허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의 문화를 천대시하며 그 가치 창출에 뒷전이었던 우리 한국인들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거리를 뒤덮은 영어 간판들, 엉터리 영어가 적힌 티셔츠는 좋다고 입고 다니면서 한글이 들어간 것이라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가치관, 한복을 입어본지가 언제인지, 어떻게 입는 것인지조차 기억도 안나는 우리…
지금 우리의 정신 상태는 중국과 일본에게 문화 침략을 당하기에 가장 좋은 상황
오죽했으면 한국에서 몇개월동안 일을 했던 외국인 친구가 미국에 돌아와서 한복을 처음 보고 어떻게 한국에서는 한번도 한복을 본적이 없었는가 아이러니하다며 웃음을 지었을까요.
그리고 이를 고치지 않는 한, 제 2, 제 3의 Colorful China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고, 앞으로 다가올 그들의 문화 침략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더 큰 규모로 다가 올 것입니다.
그때는 우리 학생들의 힘으로 버텨내기는 어렵게 되겠지요.
이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NYU 대학원의 학생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적극적인 문화 홍보 활동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문화 침략에 대비한 일종의 “성벽 쌓기” 작업을 해 왔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나서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국의 문화의 독창성과 고유함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함으로서 외국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행여나 있을 이러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왔습니다.
가슴엔 ‘대한민국’… 뉴욕 물들인 붉은 셔츠 <- 한국에서조차 천대받는 한글, 엉터리 영어가 쓰인 티셔츠는 좋아라 입고 다니면서 한글이라면 촌스럽다고 하는 우리의 모습. 외국인들이 한국 하면 중국어를 쓰는지 일본어를 쓰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인 상황은, 중국의 한글 공정과 Colorful China를 통한 침략에 아주 적절한 조건이었을겁니다. 영어 문구 일색이던 붉은 티셔츠 속에서, 왜 우리의 한글은 찾아 볼 수가 없는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전 세계인이 즐기는 월드컵을 한글 홍보의 장으로 삼아 1,000장의 한글 티셔츠를 뉴요커들과 외국인들에게 배포, “걸어다니는 한글 광고판”으로 만들었습니다.
한글 하면 “촌스럽다”라고 생각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그들이 그토록 동경하는 “뉴요커”들이 자신들이 그렇게 천대시하던 한글을 입고 멋지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을때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요?
'Rice Wine'?… ‘막걸리’를 ‘막걸리’라 부르지 못하다니 <- 음식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 상품들 또한 고유의 상표명을 가진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고추장을 Gochujang이 아닌 Korean Style Hot Pepper Paste라고만 설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냉면을 Cold Noodle 이라고 하는 사이에, 일본은 이를 Reimen 으로, 우리가 갈비를 “Korean BBQ”라고 파는동안 일본은 “Karubi”로, 잡채를 “Clear noodle pasta (정말 웃기죠? 뉴욕에 오시면 제가 한번 이렇게 파는 곳을 보여 드리겠습니다)”로 파는 동안 일본은 “Chapu Che”로… 일식집에서 “카루비”와 “챠푸 채”를 처음 먹어본 외국인, 앞으로 한국 음식을 먹으러 일식당에 가게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일본의 문화 침탈또한 만만치 않죠? 이곳 맨하탄에는 OOO라고 하는, 1000여개가 넘는 프랜차이즈를 소유하고 있는 초대형 일식당 체인점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 식당의 주 메뉴가 한식이라는 것인데요, 방금 위에서 말씀드린 메뉴들이 바로 이곳의 대표 메뉴입니다. 예전에 지인분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전하겠습니다.
이 OOO이라는 곳은일본 자국내에서도 한식 메뉴로 엄청나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갈비가 인기라고 하네요.
그런데, 해외에 나가있는 이 OOO가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무엇인가 하니, 우리의 갈비를 팔던 초창기에는 Korean BBQ House라고 마케팅을 하다, Korean 이 빠지고 BBQ House가 되고, 그다음에는 Japanese BBQ가 되더니, 결국에는 Yakiniku 가 되었다고 하네요. 갈비가 야키니쿠라는 일본 음식의 한 카테고리로, 카루비가 되어서 팔리게 되었지요. 중국이 한국의 문화를 자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 문화라는 이야기를 들며 은근슬쩍 자국화 하려는 것처럼, 일본또한 은근슬쩍 카루비가 야키니쿠의 한 종류인 것처럼 흡수 하여 버젓이 판매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한식에 대해서 모르는 외국인들이 일식당에 가서 카루비와 쟈푸채를 처음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 이를 일식으로 오인, 한식을 먹으러 일식당에 가는 끔찍한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뉴욕 핼러윈축제에 한국귀신 등장 그리고 핼러윈 축제에 한국 캐릭터 첫 등장 (KBS TV) 을 살펴봐 주십시오. 뉴스를 통해 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뉴욕 할로윈 빌리지 퍼레이드는 5만 참가자, 200만 관객, 그리고 전세계 1억의 시청자가 함께하는 초대형 행사입니다.
전 세계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러한 “문화 박람회”에, 일본과 중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은 넘쳐납니다. 하지만 김정일을 제외하고는 한국을 대표할만한 캐릭터가 없다는 사실과, 이로인해 헐리우드에 진출한 이병헌, 장동건, 비가 사무라이와 닌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문제를 타개하고자 한국형 캐릭터를 현지인들에게 소개하고자 준비한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매스컴에 소개된 내용이고요, 사실은 매스컴에 소개되지 않은 더 중요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캐릭터들 중에 고구려 무사들과 고구려 왕족들이 왜 들어가있는지 궁금해 하실겁니다. 이는, 동북공정을 통한 중국에 맞서서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문화 활동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홍보를 유도하도록 한 이유입니다.
“Dokdo is a Korean Territory” 라던가 “Koguryo is a part of Korean History”라는 식의 직접적인 메세지는 그 광고를 접하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들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구려는 한국의 역사”라는 메세지를 간접적으로 전하기 위해서, 할로윈이라는 행사를 이용해서 처녀귀신과 저승사자로 최대한 고구려를 끼워팔면서 진행을 했습니다.
물론, 고구려 무사복과 한복을 입고 나갔어도 그게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은 “사무라이”나 “기모노”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준비한 것이 할로윈 캐릭터를 소개하는 영문 홈페이지 (www.facebook.com/IFNOK2010) 를 미리 준비해 놓고, 이 주소가 적힌 1,000장의 명함 카드를 배포했습니다.
관람객과 사진을 같이 찍고, 우리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홈페이지 방문을 유도해서 그곳에서 고구려, 무사, 한복등이 무엇인지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계획해 보았습니다. (해당 페이지는 1주 방문객 평균 100여명에서 지난 주 할로윈 이벤트 후 1500명 이상으로 방문객이 급증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 퍼레이드에 참가한 이들중 절반 이상이 UN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아닌 외국인들이 고구려 의상을 입고 좋아라 하니 이는 소위말해 외국인들의 힘을 빌어 중국의 따귀를 때린거라고 생각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위의 내용들은, 저와 NYU 학생회의 활약상을 늘어놓고 자랑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 홍보의 필요성과, 이것을 이룰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제시한 견본시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것은, 우리의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주체가 되어서 자발적으로 행해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회에서 Korean Culture Festival등을 여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줄 한인 학생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거지요…
동시에, 위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꼬집고 싶은 것은, 저희의 이런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관련 기관이나 기업들의 지원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Colorful China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치밀하게 계획된 작품이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 “의병”들이 어떻게 중국과 일본의 대군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들게 되는군요.
그렇지만, 오히려 지금이 전화위복을 위한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화 전쟁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이 보다 명확해 졌으니, 이참에 어떻게 하면 힘을 모아 맞서 싸울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까요.
“문화 독립”을 위해 중국과 일본에 맞서 싸울 준비는 되어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에 맞서 싸울만한 총, 칼은 있는지…
한국의 길거리를 뒤덮고 있는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에가서 “맛코리”를 마시면서 생각해보면 좋은 생각이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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