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Japanese or Chinese?” 미국 생활을 하다보면 현지인들에게 으레 듣게되는 질문중 하나다. 이제는 익숙해진 나머지 무감각하게 “Korean”이라고 답하면, 어떤 질문이 이어질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North or South?” 너그러운(?) 마음으로 “South”라 답해주면, 메인 코스에 앞서 나오는 전채(前菜)요리마냥 “김정일”, “핵무기”등의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199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월드컵등을 성공적으로 치뤄낸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IT강국 Korea!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다수 미국인들의 눈에 비친 Korea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몇년전 해외홍보원이 미국의 조그비 (Zogby International)와 한국 연세대학교 언론 연구소에 의뢰하여 선진 5개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을 대상으로 “한국과 관련해 떠오르는 연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국인들이 “한국전/전쟁”, “공산주의/독재/부패/억압”,” 갈등/학생데모/불안정”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우선 순위로 꼽았던 것또한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으로는 절대적인 파급력을 보유한 미디어를 꼽을 수 있다.TV나 신문 뉴스에 등장하는 한국 관련 내용은 북한과 김정일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이를 토대로 할리우드나 미국 드라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더욱 왜곡되어 확대, 재생산 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기술된 한국 관련 내용또한 그 내용이 부정확하고 왜곡되어 있으며, 박물관이나 도서관의 자료또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부족, 왜곡의 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이다.
국가의 브랜드 가치가 저평가 됨으로서 생기는 문제점은 우리의 수출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제조국 (브랜드)의 이미지가 제품에 대한 의식과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하는 ‘원산지 효과(Country-of-origin effects)’로 인해 한국의 국가 브랜드 순위는 OECD 회원국 중 꼴찌 권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고, 바로 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한국산 제품은 기타 선진국 국가들에 비해서 30%에 달하는 평가절하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G20를 단순한 행사가 아닌, 전세계에 우리의 ‘국격’을 뽐내는 홍보의 장으로 삼아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다. 아직도 외국인들의 인식속에 “80년대 브랜드”로 각인되어있는 우리의 모습을,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2010년의 일류 브랜드”로 업데이트(갱신) 시키는 작업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G20의 개최가 더욱 값졌던 이유는 이 행사가 단지 경제력의 성장을 통한 국가적인 역량을 과시하는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우리의 ‘문화 브랜드’는 그에 비해 후진국 수준으로 한참이나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국의 문화를 전세계에 적극 알리려는 홍보의 장으로 삼은 것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21세기 新 먹거리 산업’이라는 세계의 문화 산업에 일본과 중국은 벌써부터 진출, 확고한 위치를 점했고 관광, 음식, 콘텐츠 사업 등의 분야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국가적인 부를 쌓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복이 ‘Korean Kimono’로, 설날이 ‘Chinese New Year’로 소개 될 만큼 후발 주자인 우리의 ‘문화 브랜드’는 갈 길이 멀다.
이번 G20를 통해 우리의 ‘경제 브랜드’와 ‘문화 브랜드’를 함께 업그레이드 시켜 그들과의 격차를 줄임과 동시에 세계 문화 산업의 점유율을 높이고자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옅볼 수 있었다.
20개국 정상들의 테마에 맞춰 다양하게 선보인 20여종의 색다른 김치를 필두로, 정상회의장과 메인 프레스센터인 코엑스에 준비된 한복 체험관, 3D 영상관, 한국 문학관, 공연 관람, 그리고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함께 준비한 ‘프레스 투어’까지 합치면 그 규모나 다양함 면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국 문화 선물 세트’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짜임새있게 준비된 이번 기획을 통해 한국에 대해서 왜곡된 선입견을 갖고 있던 각국 정상들과 관계자들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이고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되었을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을것이다. 그리고 전세계 미디어를 통해서도 한국의 문화가 소개됨을 생각하면 그 홍보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 개개인의 성숙한 문화 의식이 절실하다. 지금 우리의 문화와 전통은 G20나 올림픽을 관람하러 온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를 위한 ‘소품’ 역할 밖에는 하지 못하고 있다. 화려하게 무대에 등장했다가 어느샌가 다시 우리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는 ‘박제된 문화’가 될 지경에 처해있는 것이다.
한복을 입어본 적이 언제인지, 왜 입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우리의 젊은 세대, 한글은 부끄럽고 영어 알파벳은 멋지다는 우리의 의식, 거리를 뒤덮고 있는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 그 속에서 자취를 감추는 전통 가옥, 그리고 특급 호텔에서조차 외국인 바이어에게 한식을 대접할만한 곳이 없어 일식당을 찾게되는 작금의 현실은, Korea를 ‘일류 문화 브랜드’의 반열에 올려놓으려 하는 노력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마케팅에서 브랜드가 가진 의미는 ‘고객과의 약속, 믿음’이다. TV와 광고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답고 멋진 문화와 전통을 홍보했지만 막상 그들이 한국에 왔을때 그 어떠한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이 들을까? 그럴싸하게 포장한 브랜드를 앞세워 고객의 지갑을 열게 했지만 사실 그 알맹이는 비어있다면, 이는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고객과의 신의를 져버린 ‘과장 광고’의 좋은 예로 남게 될 뿐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Korea라는 기업의 ‘본사’격인 정부, 그중에도 G20 준비 위원회의 노력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제는 우리 국민 하나 하나가 Korea라는 ‘문화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고, 다양한 문화 상품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화와 전통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지켜내고 아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내고 아껴왔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無에서 有를 창조한 ‘한강의 기적으로’ 10위권의 ‘경제 브랜드’를 만들었다.하물며 有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이 무엇이 어려우랴. 머지않은 미래에 ‘명품 문화 브랜드’로 세계에 우뚝 서는 날이 올 것임을 믿는다.
본 내용은 대한민국 정책포털 '공감코리아'에 실린 기고문 입니다.
(http://2010g20.korea.kr/newsWeb/pages/special/g20/g20Section/view.do?section_id=g20_sec_3&newsDataId=14870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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